중국 정부가 올해 ‘바오바’(保八·매년 8% 성장) 카드를 버리기로 한 후부터 중국 경제의 경착륙 논란이 가시질 않는다. 중국 정부 개입에 대한 기대로 경착륙(활기를 띠던 경제가 갑자기 침체하는 것) 우려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많지만 돈을 풀 만한 여건이 조성되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이미 착륙 기어를 움켜 쥔 중국 경제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하강할지가 관건이 됐다.
◆ GDP보다 더 나쁜 지표들
내년 3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뒤를 이어 권력을 잡을 것으로 예상되는 리커창(李克强) 부총리는 지난 2007년 미국을 방문해 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중국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소견을 언급했다. 15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그는 웃음을 띠며 "정부의 공식 GDP 통계는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고, 믿을 수 없는 수치"라며 "그저 참고할 만한 자료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신 전력 소비, 철도 화물량, 은행 대출 지급을 주목해야 할 통계로 꼽았다.
만일 리 부총리의 기준대로 중국 경제를 보면 상황은 더욱 나쁘다. 세 지표 모두 최근 급감하고 있어서다. 4월 전력 소비 지표는 아직 공식 발표되지 않았지만 소비 지표와 직결되는 전력 생산은 전년 대비 고작 0.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작년 4월 11.7% 증가한 것에 비하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올들어 몇달간 철도 화물량 규모는 작년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이고, 은행 신규 대출 역시 예상에 크게 못 미쳤다.
중국 칭화대 패트릭 쇼바넥 교수는 “지난 3년간 중국에선 투자 열풍이 불었고, 그 당시에도 모두들 이런 투자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인식했다”며 “이제야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어떤 모습인지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투자 및 수출입 등 중국 경제를 떠받들던 지표들마저 침체에 빠지면서 중국 인민은행은 12일 은행 지급준비율을 인하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은 앞으로 투자 거품 부작용과 정부 주도의 성장에 한계를 느끼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핌코 "中 13년래 최저 성장할 것"
세계 최대 채권 투자회사인 핌코(PIMCO)는 올해 중국 성장률이 13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민 톨루이 핌코 신흥시장 공동대표는 13일(현지시각) 이메일을 통한 보고서에서 "올해 중국 성장률은 7%대 중반으로, 1999년 이후 경험하지 못했던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성장률 저하를 우려한 중국 통화당국이 완화정책을 쓰겠지만 이미 중국내 신용 거품이 정점에 이른 상황이라 공격적인 완화정책은 나오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성장률을 8%대 중후반으로 잡았던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속속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씨티그룹은 올해 중국 성장률을 당초 8.4%에서 8.1%로 하향 조정했고, 2분기 성장률도 7.9%에서 7.5%로 내려잡았다. 미즈호증권도 올해 성장률을 8.6%에서 8.3%로 낮췄다. 씨티는 “이같은 통계는 중국이 확실히 성장 둔화 국면에 들어섰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조금씩 고조되면서 해외 투자자들도 서서히 발을 돌리고 있다. 핌코의 대표 펀드인 ‘토털리턴펀드’를 운영하는 빌 그로스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달 신흥시장국 채권을 처분해 보유량을 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조정하기도 했다.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4월 중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는 80억달러로 전달보다 30% 넘게 줄어들며, 6개월째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 재정위기에다 중국 근로자 임금 상승도 한몫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