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고 고통스러운 패배이다."
독일 최대 선거구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州) 지방선거에서 패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14일(현지시각) 기자회견에서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다.
메르켈이 이끄는 기독교민주당(CDU)은 지난 13일 치러진 선거에서 26.3% 득표율로 39.1%를 얻은 사회민주당(SPD)에 패했다. 기민당으로서는 이 지역 선거 역사상 최저 득표율의 치욕일 뿐 아니라, 지난해 바덴-뷔템베르크주 선거 등을 비롯 주요 지방선거에서 연이어 패배를 당한 것이다.
메르켈은 이번 선거로 안팎에서 고립될 위기에 처하면서 내년 하순 예정된 총선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메르켈의 기민당은 막대한 공공부채에 시달리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 강력한 긴축재정을 도입하겠다고 공약했었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메르켈의 긴축정책 기조를 지방선거에까지 적용한 것이다. 반면 야당인 사민당은 교육 분야 등에 대한 투자로 경제성장을 이끌겠다며 맞섰고, 유권자는 '성장'을 택했다.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에 대한 일방적 지원에 대한 회의론도 메르켈의 패배에 한몫했다.
메르켈은 향후 야당과의 관계에서 수세에 몰릴 공산이 크다. 그가 주도해 온 신재정협약 비준을 위해선 의회에서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야당인 사민당은 협약 비준 전에 재정투입을 통한 경제 성장 전략을 내놓으라며 메르켈을 압박하고 있다. 로이터는 "이번 선거는 메르켈에 반대하는 표심이 나타난 것은 물론, 그의 긴축정책에도 반대한다는 뜻을 나타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메르켈은 "이번 선거로 (긴축 위주의) 유럽 정책에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외교 무대에서 메르켈의 입지도 더욱 좁아졌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대선에서 패하면서 긴축재정을 함께 추진할 파트너가 전무한 실정이다. 이탈리아·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은 메르켈에 성장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15일 첫 정상회담을 갖는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당선자도 성장 정책을 내세워 메르켈을 기선 제압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가 메르켈의 3선 도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달 초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 메르켈에 대한 지지율은 61%였다. 독일 일간 디벨트는 "메르켈은 여전히 독일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정치인이며, 그의 긴축정책에 대한 지지도 높다"며 "하지만 이번 선거 결과로 긴축재정을 완화하라는 야당의 공세가 더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