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현식 국립국어원장

가정의 부모, 학교의 교사, 나라의 지도자들은 한 개인이 사람답게 살게 하는 데 중요한 스승의 역할을 한다. 교사의 은혜에 감사하는 스승의 날은 청소년 적십자 단원들이 처음 기리기 시작했는데 1965년부터 겨레의 스승 세종의 탄일을 택하여 기념하고 있다. 세종은 왜 겨레의 스승인가. 스승은 제자가 글자를 깨우쳐 글을 읽고 사람의 도리를 깨달아 사람 구실을 하며 살게 한다. 세종은 문자 없는 겨레의 삶을 불쌍히 여겨 한글을 창제하여 백성이 서로 소통하며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고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했기에 겨레의 스승이라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세종은 겨레의 스승으로서 훈민정음 서문에서 자주·애민·실용의 통치 철학을 보였다. 첫째, 우리의 말이 중국과 달라 독자적인 문자가 필요하다는 자주정신을 보였다. 부모와 나라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개척하는 자주정신을 학교에서 배우듯이 언어생활에서도 자주정신은 필요하다. 외국어와 외래 문자로 뒤덮인 우리의 언어생활을 정상화하는 일이야말로 세종의 자주정신을 오늘에 되살리는 길이라 하겠다.

둘째, 세종은 애민정신을 실천하였다. 백성의 문맹을 퇴치하는 문치 확립이 법치에 필수적임을 믿어 한글 창제를 통해 억울한 백성이 없는 소통 국가를 만들고자 하였다. 오늘날 언어 폭력이 청소년층까지 만연한 우리 사회에서 예의염치와 법치의 회복은 국어생활을 바로 세우는 데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셋째로 세종은 실용정신을 강조하였다. 관념적 정쟁을 싫어하여 농업, 과학, 문화 등의 모든 정책을 민생을 우선하여 수행하고 국어생활도 한글로 씀에 날마다 편리하도록 하였다. 그런데 오늘날 국민의 글쓰기와 토의 발표 능력은 부실하여, 특히 국가 간 비교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국어 능력은 고학력자일수록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최저 수준이라 국어 교양과 국어 능력을 높여 선진 국어문화를 창조하는 일이 시급하다.

스승의 날을 맞아 부모·교사·지도자들은 세종의 자주·애민·실용의 한글 창제 정신을 되새기며 각자 스승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되돌아보아야겠다. 국가기관의 힘만으로는 어렵다. 국민 누구나 세종의 정신을 따르고자 힘써야 한다. 스승의 날이 추억 속의 스승과 함께 겨레의 스승 세종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바르고 고운 국어생활을 다짐하는 날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