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지금의 명성을 쌓기까지 걸린 시간은 30년이다. 그러나 쌓아온 것을 잃는 데에 걸린 시간은 45분으로 충분했다.”

13일(현지시각)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지(誌)가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 JP모간체이스 최고경영자(CEO)에 대해 내린 평가다. JP모간은 지난 10일 투자자를 대상으로 약 45분 동안 진행한 콘퍼런스 콜에서 위험한 파생상품인 ‘합성신용증권’ 투자로 인해 23억달러(약 2조6381억원)의 투자손실을 냈다고 발표했다. 이 상품은 실질 채권 거래 없이 신용 거래만으로 수익이나 손실을 보는 위험 상품이다.

콘퍼런스 콜 이후 JP모간의 주가는 장외거래에서 6.5% 내렸고, 11일 증시에서는 주가가 9.4% 급락했다. 날아간 시가총액만 144억달러(약 16조5168억원)였다. 전 세계의 대형 투자은행 중 ‘안정성’으로 이름이 높았던 JP모간이기에 충격은 더욱 컸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JP모간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강등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역시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때 월가 은행가 중 최고의 연봉을 자랑하며 ‘월가의 승자’로 불렸던 다이먼 회장은 위기에 직면했다.

2006년 JP모간 CEO직에 오른 다이먼 회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훌륭하게 버텨내면서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경쟁 투자은행이 위험한 투자로 잇따라 몰락하는 동안 JP모간은 가장 ‘건전한’ 투자은행이란 평가를 받았다. 다이먼 회장의 지휘 아래 JP모간은 휘청대던 베어스턴스를 인수하고, 파산 저축은행인 워싱턴 뮤추얼을 사들이며 세를 확장했다.

그러나 이번 손실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그의 자존심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다이먼 회장은 NBC TV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아주 엉성했고(sloppy), 멍청했고(stupid), 이것이 잘못된 판단(bad judgment)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텔레그래프는 JP모간에서 근무했던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 다이먼 회장이 최근 수년 동안 직접 투자운용본부를 지휘해 대규모 위험 투자를 해 왔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뉴욕 연방준비은행(FRB) 이사진에 속한 그를 해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워렌 매사추세츠 주(州) 상원의원 민주당 후보는 “월가 은행들은 여전히 자금 건전성과 관련해 문제를 겪고 있으며, 향후 전망도 험난해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책임감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면서 다이먼 회장의 해임을 요구했다.

그는 “다이먼 회장은 미국 연준에 금융산업 전반에 대한 조언을 행하는 뉴욕 연준 이사회 구성원”이라며 “다이먼은 반드시 뉴욕 연준 이사 자리를 내놓고 미국인에게 월가의 은행가가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