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호들이 해외로 잇따라 눈을 돌리고 있다. 경기 둔화와 정치적인 불안이 고조되면서 가족들과 자신의 부를 지키기 위해 해외 이민을 선택하는 것이다. 다만 이들이 선택한 것은 단순 이민이 아니다. 풍부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투자이민(invest immigration)'이다.
13일(현지시각) 로이터는 최근 중국 기업가와 정치인 등 부유층의 해외 시민권 취득 신청이 대폭 늘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는 2011회계연도 이민 신청자 중 중국인의 비율은 75%를 차지했고, 2012회계연도(2011년10월~2012년9월) 중국인의 투자이민 신청은 2969건으로, 2년 전 787건에서 약 4배 늘었다. 또 캐나다의 2012회계연도(2011년 7월~2012년 6월) 투자이민 신청 700건 중 697건은 중국인의 신청이었다.
중국인의 해외 이민 수요가 급증한 이유는 최근 중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 조짐을 보이는 데다, 정치적인 상황도 불안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중국은 보시라이 전 충칭시 서기관 해임사태와 시각장애인 인권운동가인 천광청 변호사 탈출사건으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10년 만에 한 번씩 이뤄지는 당 대표 선출도 앞두고 있다. 또 중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하자 투자 차원의 이민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은 8.1%를 기록해 지난 2009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정치가와 기업가를 중심으로 다른 나라로 빠져나가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것이 로이터의 분석이다. 밴쿠버의 한 이민 전문 변호사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이민 신청자들이 정확한 이유를 밝히는 일은 드물지만, 최근 정치적 불안이 커진 영향으로 이민 신청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부유층의 이민 신청은 주로 투자 이민으로 쏠리고 있다. 일반 이민보다 상대적으로 시민권을 취득하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2년 동안 100만달러 이상 투자하거나, 10개의 상근직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50만달러 이상을 투자할 때 시민권을 준다. 캐나다 역시 중국인의 이민 신청이 쇄도한 곳 중 하나다. 5년 동안 80만 캐나다달러를 내면 시민권을 주는 내용이다. 캐나다 정부는 이를 신청할 때 금리 없이 대출도 해 주는데, 이 대출 신청은 최근 3년 동안 중국인의 신청이 너무 많아 올해 7월까지만 받고 중단키로 했다.
최근엔 투자 이민을 신청하면 그 나라에서 거주하지 않더라도 시민권을 받을 수 있는 다른 국가로의 이민 신청도 인기다. 홍콩의 한 이민 처리 전문 변호사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카리브 해의 작은 섬나라인 세인트키츠로의 이민 신청이 올 들어 대폭 늘었다고 말했다. 이 나라 정부가 주력으로 삼는 설탕산업 관련 펀드에 25만달러의 기부금을 내거나 이 나라 부동산 45만달러 어치를 사면 6개월에서 1년 후 거주권이 우편으로 발급된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