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婚姻)은 신성한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호화 결혼식이 하나의 거대한 문화로 자리잡고 있고, 국민들도 이를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11일 본지 인터뷰에서 "결혼 당사자들은 물론 혼주와 하객 모두에게 부담과 고통을 주는 호화 결혼식 문화는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호화로운 혼례문화는 특히 서민들에게 박탈감을 안겨주고 있다"면서 "검소하고 실속있게 결혼 문화를 바꾸는 것이 정말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선일보가 전개할 예정인 검소한 결혼문화 확산 캠페인에 정부가 동참키로했다며 "장·차관을 비롯한 공직자들부터 앞장서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조선일보와 여성가족부가 검소한 혼례문화를 위해 청와대 사랑채를 비롯한 관공서 등을 결혼식장으로 제공하는 '100쌍 캠페인'에 대해 "장·차관들에게 적극적으로 주례를 해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말했다. 김 총리도 '100쌍 캠페인'에서 주례를 맡아주기로 했다. 그는 "대통령을 뵈면 이런 행사의 취지를 말씀드릴 생각"이라고도 했다.
―지금 우리나라에선 가장 축복받아야 할 결혼식이 누구도 즐겁지 않은 허례허식으로 변질되는 경우가 많다. 무엇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나.
"하객, 당사자, 혼주 모두가 부담을 갖고 있다. 진짜 여유가 있으면 그것을 살림 밑천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저금을 하는 것이 좋지, 의식(儀式) 자체에 많은 비용을 쓰는 것은 낭비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분들이 조금 호화롭게 한다고 해서 비난할 성질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국민들이 호화 혼례를 치르는 분들을 보고 '저 가족 훌륭하다'고 평가하지는 않을 것 같다. 오히려 여유 있는 분이 검소하게 하면 그 나름대로 평가를 하고 존경하지 않겠느냐. 어느 정도 과시적으로 해야 품격이 올라간다고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국민들이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100쌍 캠페인 ―국민들 상당수가 힘들어하고 그걸 알면서도 고쳐나가지 못하는, 이 쉽지 않은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수 있나.
"과거에는 관혼상제에 관해서 공적으로 규제했었다. 그러나 공적인 규제는 효과를 볼 수도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국민들 사이의 규범이고 문화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의식이 변화하는 게 중요하다. 언론이나 시민단체가 (검소한 결혼식) 운동을 주도하면 정부는 그 과정에서 뒷받침할 수 있다. 공직자들이 모범을 보여주면 바람직한 결혼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00쌍 캠페인'에 참여하겠다고 했는데.
"취지가 너무 좋아 오늘(11일) 회의에서도 장·차관들에게 적극적으로 참여해 달라고 했다. 먼저 장·차관들이 나서서 (주례 등을) 해주면 자연스럽게 (국회의원, 교수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동참할 기회가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
―많은 결혼식에 가보셨을 텐데 감동적이고 기억에 남는 결혼식이 있었나.
"검소하게 치르려고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인 경우들이 있다. 그런 결혼식에 가면, 손님들이 시장바닥같이 얽혀서 밀물처럼 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소수가 축하하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혼주가 진정으로 고맙게 생각하는 분위기도 느껴지는 혼례가 있다.
(결혼식에 대해선) 각자의 입장과 사정이 다른데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세워서 그 기준에 따르게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남에 비해 호화롭게 결혼식을 한다고 해서) 남을 손가락질하는 쪽으로 접근하면 또 다른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잘못된 결혼식 문화는) 다같이 한번 생각해 보는 주제로 삼아서 풀어갔으면 좋겠다."
☞100쌍 캠페인
조선일보가 호화 결혼식 실태를 연재한 '부모의 눈물로 울리는 웨딩마치'(3월 16일~4월 11일)에 이어, 검소한 결혼문화 확산을 위해 여성가족부와 공동으로 추진 중인 프로젝트. 부모 도움을 받지않고 자기들 힘으로 1000만원 안팎 비용으로 결혼식을 올리는 젊은이 100쌍에게 청와대 사랑채 등 아름다운 결혼 장소를 제공해준다. 서울시인재개발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 17개 기관이 캠페인에 참여키로 했다. 5월 20일까지 생활개혁실천협의회 이메일(life21@life21. or.kr)로 신청을 받는다. 100쌍 선정 결과는 6월 4일 개별 통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