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에서 '대화와 타협 정치'의 실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6선의 리처드 루거(80·인디애나) 공화당 상원의원이 당내 경선에서 패배한 것은 단순히 고령 의원의 퇴장이라는 '세대교체' 차원이 아니라 초당파·타협파가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미 정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루거 의원의 낙마 배경에는 그가 공화당 지도부의 지침을 따르지 않고 러시아와 미국 간 새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을 지지하고, 리비아 내전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히는 등 여야를 떠난 초당적 정치 행보를 보인 것이 주요 원인이라는 평가다.
루거 의원뿐만 아니라 올해와 지난 2010년 공화당 상원 경선에서는 소위 대화·타협파로 분류되는 밥 베넷, 마이클 캐슬 의원 등이 잇따라 강경 보수 성향 도전자들에게 밀려 고배를 마셨다. 6월 당내 경선을 앞둔 6선의 유타주 상원의원 오린 해치도 티파티의 집중 공격 대상이다.
오바마 행정부 들어 경기 진작책이나 건강보험 개혁 등 표결 때 공화당의 당론과 상관없이 소신에 따라 지지입장을 밝혀 온 3선의 올림피아 스노우(메인주) 상원의원은 아예 "미 의회의 극단적인 당파성에 환멸을 느낀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대화·타협파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것은 민주당도 예외는 아니다. 민주당 하원의 중도·초당 성향 그룹인 '블루독' 그룹은 최근 몇년 새 더 진보적인 도전자들에게 밀려 멸종 위기에 처했다. 한때 54명에 이르렀지만 2010년 중간선거를 거치며 26명으로 줄었고, 올해 경선에서도 이미 제이슨 알트마이어(펜실베이니아), 팀 홀든(펜실베이니아) 의원 등이 당내 경선에서 낙마했다. 이들은 당내 경선에서 도전자들로부터 "공화당과 타협한 배신자"라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이런 분위기는 당내 경선에도 그대로 이어져, 후보들은 경선 승리를 위해 더욱 극단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