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민간 항공기와 선박 운항을 혼란에 빠뜨리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전파 교란 행위를 4월 28일부터 계속하고 있다. 지난 12일 동안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소속 624대, 외국 항공사 49대 등 민간 항공기 673대가 전파 교란을 받았고, 중국 베이징을 출발해 일본 요코하마로 향하던 미국 군용기 1대도 전파 교란에 따른 GPS 장애를 보고했다. 인천·김포공항에 착륙하려던 항공기 조종사가 GPS 오작동에 놀라 기수(機首)를 갑자기 들어 올리고 공중에서 선회하는 위험천만한 일이 4건이나 발생했다. 기장이 GPS 오작동 때 순간적으로 대응을 잘못하면 대형 사고가 날 수도 있다. 민간 항공기와 선박을 상대로 하는 전파 교란은 대형 참사를 유발하는 명백한 테러 행위이다.
정부는 그러나 아직도 전파 테러가 어느 정도 위험한지 국민에게 정확하게 설명하지 않고 있으며, 국방부·국토해양부·농림식품부·방송통신위원회 등 관련 부처는 종합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따로 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GPS 교란 전파의 발신지가 북한 개성이고 이를 입증할 자료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정부는 항공기·선박에 교란 전파를 주의하라는 경고만 내리고 북한에 대해서도 전파 교란이 시작된 지 11일이 지난 9일에야 방송통신위원장 명의로 판문점을 통해 항의 서한을 보냈다. 북한은 그마저 수령을 거부하고 있다.
민간 항공기는 관성항법장치(INS) 등 다른 첨단 장치를 주로 활용하고 GPS를 보조 장치로 쓰고 있어 GPS 오작동 때 GPS를 끄고 운항하면 사고를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조종사가 순간적 판단을 그르쳐 당황하면 사고가 날 가능성이 있다.
선박은 항공기보다 GPS 교란에 더 취약하다. 대형 선박은 성능 좋은 레이더를 GPS 대신 활용할 수 있지만, 소형 어선은 레이더를 달지 않았거나 레이더 성능이 좋지 않아 GPS가 오작동하면 나침반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어 엉뚱한 방향으로 운항할 우려가 크다. 지난 2일 서해 연안에 있던 어선 10여척이 GPS 교란을 받아 그중 한 척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설 뻔했다.
우리가 북한의 전파 테러를 기술적으로 차단할 수는 없다고 한다. 국제사회와 공조해 북한이 무모하고 반(反)국제법적인 행위를 중단하도록 압력을 넣는 길밖에 없다. 정부는 미·일·중을 비롯한 당사국과 신속히 협력해 공동 대응책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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