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wangjang Market is the place where you can see modern Korean history(광장시장은 한국의 근·현대사가 녹아있는 곳입니다)."
지난 4일 오후 9시 서울 종로구 예지동 광장시장 앞 도로. 싱가포르 관광객들 앞에서 푸드 큐레이터(음식문화 해설사) 엄인환(29)씨가 영어로 시장을 소개하느라 바빴다. 엄씨가 "이 시장에서는 북한에서 내려왔다가 전쟁을 거치면서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사람들이 팔기 시작한 빈대떡이 특히 유명하다"고 영어로 거듭 설명하자, 셀리 신(25)씨가 눈을 반짝이며 "Let's try(먹어 보자)"라고 말했다.
이날 이들은 광장시장의 대표 반찬가게와 빈대떡 전문점을 찾았다. 순희네에서는 맛깔스럽게 나열된 40여 가지 반찬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게장과 명란젓을 시식했고, "베리 굿"을 외치며 봉지 한가득 명란젓을 샀다. 박가네 맷돌 빈대떡에서는 지름 30㎝가 넘는 대형 빈대떡 제조 과정과 재료에 대한 설명을 듣고 김치전·호박전·굴전·두부전 등 형형색색의 모둠전을 곁들여 막걸리를 마셨다.
음식문화관광업체 온고푸드는 2년 전부터 외국인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매일 광장시장 음식 투어를 진행한다. 이곳은 1905년 한성부(서울 옛 이름)에서 개설 허가를 내준 우리나라 최초 근대식 상설전통시장으로 100년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음식문화투어가 호응을 얻자 한국관광공사도 광장시장에서 외국인 단체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한 관광을 기획 중이다. 온고푸드 최지아 대표는 "외국인들은 정갈한 한식도 좋아하지만, 전통과 역사가 배어 있는 전통시장의 음식을 더 좋아한다"고 했다.
박가네 맷돌 빈대떡은 불린 녹두를 맷돌로 직접 갈아놓았다가 주문 즉시 빈대떡을 부쳐 내는데, 겉은 바삭하고 속은 차진 맛이 일품이다. (02)2264-0847 순희네는 1969년부터 마늘장아찌·콩자반·창난젓·꼴뚜기젓갈·양념게장 등의 반찬을 늘어놓고 행인을 유혹한다. (02)2279-1885
육회가 일품인 30년 전통 자매육회도 광장시장 문화를 체험할 때 빼놓을 수 없다. 국내산 육우를 사용한 고소한 육회뿐만 아니라 간·처녑도 인기. (02)2272-3069 은성회집에서는 싱싱한 미나리·콩나물과 큼직한 두부, 두툼한 대구살이 어우러진 시원한 대구탕을 맛볼 수 있다. 대구탕만 판다. (02)2267-6813
음식이 다가 아니다. 나전칠기 공예전문점 신일공예에서는 1단형·2단형·서랍형 등 각종 전통공예 보석함과 전통부채 등을 사며 우리나라 문화를 느낄 수 있다. (02)2275-3868
광장시장의 새로운 물결인 구제상점도 빼놓을 수 없다. 빼밀리에서는 일본·캐나다·이탈리아·미국에서 직수입한 양질의 구제를 취급하는데, 소문을 듣고 찾아온 20~30대 젊은이들과 관광객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불 가게인 영신침구는 매출의 40%를 외국인이 올려준다. 전통 이불만 고집하지 않고 창의적인 디자인으로 만든 '패션 이불'까지 취급한다. (02)2275-3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