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돌(연기하는 아이돌 스타) 전성시대'. 요즘 TV 드라마를 설명하는 키워드 가운데 하나다. KBS '사랑비'(소녀시대 윤아) '적도의 남자'(제국의아이들 임시완), SBS '패션왕'(소녀시대 유리) '옥탑방 왕세자'(JYJ 박유천) 등 현재 방영 중인 주요 미니시리즈들이 아이돌 가수 스타들을 주연급으로 발탁했다. 아예 아이돌을 단체로 캐스팅한 KBS '드림하이' 1·2편까지 나오는 등 '연기돌'이 드라마의 필수 요소처럼 자리 잡았다. 드라마에 출연하는 아이돌 스타들은 종종 '연기력 부족' 논란을 낳았다. "아이돌들이 실력이 아닌 이름값으로 배역을 차지하는 바람에 연령대가 비슷한 신인 연기자들의 설 자리가 좁아진다"는 비판도 있다. 그렇다면 드라마를 만들거나 기획하는 전문가들은 이들의 연기력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본지는 관련 전문가 10명에게 최근 지상파 TV 드라마에 주연급으로 출연하고 있거나 출연했던 아이돌 스타의 연기력을 설문했다. 남자는 임시완, 2PM 옥택연, JYJ 김재중·박유천, 동방신기 최강창민, 여자는 윤아·유리, 티아라 지연, 애프터스쿨 유이, 미쓰에이 수지를 대상으로 했다. 설문 결과 전문가들이 10점 만점으로 매긴 이들의 연기력 점수 평균은 6.7점이었다. 100점 만점이라면 70점에도 미치지 못한 셈이다.

남녀를 통틀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은 박유천이었다. "캐릭터 분석력, 발성, 대사 처리 등 연기자로서의 기본기가 좋다"는 평이었다. 반면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연기돌은 소녀시대의 유리였다. "극에 녹아들지 못하고 겉돈다"는 지적이 주를 이뤘다.

여자 연기돌 가운데 윤아에 대해선 "연기의 기본기를 갖췄지만 아직 '소녀시대 센터(중심) 윤아'만큼의 존재감을 연기에서는 보여주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연과 유이는 각각 "연기가 매번 비슷비슷하다", "흔히 말하는 '끼'와 순발력이 부족하다"는 평을 들었다. 수지는 드림하이1에서 연기력 논란에 휩싸였지만 영화 '건축학개론'에서의 호연 덕에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유보적인 의견이 많았다.

남자 아이돌 중에서는 김재중과 최강창민이 하위권이었다. 김재중은 "가수로 무대에 섰을 때 (자신을 비추는) 빨간 불 켜진 카메라만 바라보는 버릇이 연기할 때도 여전하다"는 지적을 들었다. 최강창민에 대해선 "연기력에 비해 주인공 욕심이 커 보인다"는 의견이 나왔다. 옥택연과 임시완에 대해서는 실력 있는 연기자로 성장할 가능성이 보인다는 의견이 많았다. '연기돌' 캐스팅이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김승수 성균관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는 "치열한 시청률 경쟁 속에서 제작자는 아이돌 스타의 높은 인지도가 탐나기 마련"이라고 했다. "연기돌들이 대부분 K팝 열풍의 주역이어서 드라마를 해외에 수출할 때 홍보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연기돌들이 드라마 성공의 '보증수표'인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실제 지난 3월 '드림하이 2'는 6%대의 저조한 시청률로 종영했다. '패션왕' '옥탑방 왕세자' 등도 10% 내외 시청률에 그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최근 신인 배우가 기근인 탓인지 아이돌이 미니시리즈 주연으로 연기에 데뷔하는 게 대세가 된 듯한 느낌"이라며 "책임이 막중한 주연보다는 조연이나 특별출연부터 차근차근 시작해 연속극, 시트콤 같은 장편을 통해 안정적으로 훈련을 거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운군일 전 SBS 이사는 "발음, 발성 등 국어 사용법부터 하나하나 훈련해야 한다" 며 "이는 연기자뿐 아니라 가수로서 성공하는 데도 기본이 되는 자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