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산(死産)된 태아로 만든 중국산 인육(人肉)캡슐을 일부 한국인들이 찾아 먹는 현상은 미개한 시대에나 통했던 미신(迷信) 문화의 21세기 판이라는 지적이다. 몸에 좋다면 뭐라도 찾아 먹는 삐뚤어진 보신(保身) 풍습이 낳은 기(奇)현상이라는 것이다. 인육캡슐은 불결한 제조 과정으로 인해 세균 오염 가능성이 크고 검증되지 않은 첨가물이 들어 있어 식중독 사고 등을 일으킬 수도 있다.

세균 범벅인 인육캡슐

국내에 밀반입되어 유통된 인육캡슐의 성분을 보건당국이 조사한 결과, 박테리아 17종이 검출됐다. 그중에는 항생제에 내성(耐性)을 갖는 이른바 수퍼 박테리아도 8종 나왔다. 태아 시신의 장(腸)에서 나온 항생제 내성 엔테로박터 균으로 추정된다. 일부에서는 부패된 태아 시신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육캡슐은 무균 상태의 정식 의약품 공장 시설에서 제조된 것이 아니라 가정집이나 가내 공장에서 조잡하게 만들어지기 때문에 거기에 각종 잡균이 섞여 들어간다.

인육 캡슐 판매상들은 허약체질이거나 큰 병을 앓고 난 환자들에게 효험이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런 세균 범벅 캡슐은 되려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들에게 치명적이다.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정희진 교수는 "만성신부전증이나, 중증 당뇨병, 노약자, 큰 수술 후 회복 중인 환자, 암 치료를 받는 환자 등이 세균 오염 식품을 먹으면 전신 패혈증이 발생할 수 있다"며 "항생제 내성이 있는 세균은 치료도 제대로 안 된다"고 말했다.

불결한 제조 과정에선 곰팡이 오염도 우려된다. 정체불명의 곰팡이가 묻은 캡슐을 먹어서 곰팡이가 소화기로 들어오면 난치성 감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태아의 산모에게 있던 유해 세균이 태아 장기 조직 안에 잔존해 있다가 인체 감염을 일으킬 수도 있다. 세균과 곰팡이는 대개 섭씨 100도 이상에서 수분간 가열해야 사멸되나, 인육캡슐은 태아를 단순히 말려서 가루를 만드는 형태이기 때문에 오염된 세균은 그대로 남게 된다. 최근에는 캡슐 제조·판매상들이 이를 일반 의약품처럼 위장하기 위해 각종 색소나 첨가물을 섞기도 한다. 이 과정에 검증 안 된 유해 첨가물이 유입돼 중독 사고를 일으킬 우려도 있다.

삐뚤어진 보신 문화의 결정판

사산된 태아의 주성분은 신체를 구성하는 단백질과 무기질이다. 일반 음식이나 의약품으로 섭취 가능한 성분이다. 그럼에도 이것이 특효의 자양강장제나 만성통치 약처럼 통용되는 것은 '태아 원료'에 대한 일종의 미신에서 출발한다. 생명의 시작인 태아에는 특별한 성분이 있을 것이고, 그것을 먹으면 태아의 기운을 받아서 건강해질 수 있다는 막연한 생각에서 기인한다.

이는 마치 과거에 무릎 관절염 환자들이 관절 탄력이 좋은 고양이를 삶아 먹었던 풍습과 일맥상통한다. 출산 직전의 암퇘지를 도축하여 배 속의 태아 돼지를 끓인 '애저탕'이나 찐 수컷 개의 성기 등을 귀한 것으로 여기는 음식 문화도 미신적 요소가 작용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현대의학에서 탯줄에 있는 혈액(제대혈)을 이용해 줄기세포를 만들어 치료제로 이용하기도 한다. 태반의 성분을 추출해 영양제 원료로 쓰거나 원기 회복 주사제로도 쓴다. 하지만 이는 약효가 과학적으로 인정된 특정 성분만을 추출하는 방식이고, 안전성과 유효성을 임상시험을 통해 확인받는다.

건국대병원 정신과 하지현 교수는 "인육캡슐은 마치 교미를 활발히 하는 물개의 성기를 먹으면 정력이 세질 것이라는 믿음, 힘이 센 곰의 쓸개에 빨대를 꽂아서 생 담즙을 빼먹으면 활력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 등과 비슷한 엽기적인 보신문화"라고 말했다. 하 교수는 또 "그 캡슐을 먹어 효과를 봤다는 사람들이 있다면, '밀가루약'을 먹어도 약을 먹었다는 생각에 복용자의 30%에서 약효를 느끼는 위약(僞藥) 효과일 뿐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