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의정부점이 사내 기네스에 올랐습니다. 지난 4월 20일 개장이후 4일간 매출액이 120억원을 기록했는데 우리보다 2배 이상 큰 부산센텀시티점이 119억원이었거든요."
근로자의 날인 지난 5월 1일 만난 의정부신세계점 손기언(53) 점장의 얼굴에는 여유로움이 넘쳐흘렀다. 의정부·포천·양주·동두천 등 지역에선 처음으로 오픈하는 백화점은 그의 직장생활 30년의 기로였다. 입사동기 10명 중 남아있는 사람은 본인뿐이었다. 그만큼 부담이 큰 상황이었다. 하지만 개장 이후 10여일이 지난 지금 그의 얼굴에선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오픈하는 날 백화점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인산인해 그 자체였죠. 개장 이후 오늘까지 100만명은 다녀간 것 같아요. 지난 주말 하루 결제고객 수가 5만을 넘었으니까요. 본사뿐만 아니라 경쟁업계에서 의정부점을 주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제는 주목을 너무 받아 부담스럽기까지 하고요."
◇제2의 생활공간으로 차별화
손기언. 그는 업계 내에서 신규점 야전사령관으로 불린다. 1982년 입사하여 동방플라자, 미아리점, 충청점, 명동본점 리뉴얼 등 백화점 신규 개발 프로젝트에는 항상 그가 있었다. 손대는 것마다 성공하는 '미다스의 손'이었다. 5개월 전인 지난해 말 의정부점 건물이 한창 지어지고 있을 때도 '손기언이 맡아야 성공한다'는 특명이 내려졌다.
그는 의정부점을 자기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차별화했다. 인테리어는 물론 상품구성을 직접 진두지휘하고 나섰다. 600여개 브랜드를 두루 입점시켰지만 고객이 원하는 게 뭘까 원점부터 다시 생각했다. 그는 '우리 백화점, 행복 백화점'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백화점을 고객의 제2의 생활공간으로 만들어 원스톱으로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수익성이 떨어져 엄두도 못 낼 코너들을 과감하게 도입했다. 우선 대형서점(500평 규모의 영풍문고)을 만들었다. 주부들이 쇼핑할 때 지루해 하는 남편들을 위한 공간이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린이들이 음식을 만들어보고 장난감을 조립해볼 수 있는 어린이공간도 갖췄다.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을 위해 입구에 애견숍을 두고 2시간 무료로 봐주도록 했다. 옥상에는 최고수준의 야외정원도 마련했다.
그는 "이런 다양한 문화시설들이 단기적으로는 수익성이 떨어질지 몰라도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켜줘 훨씬 더 회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행복백화점 대상은 고객만이 아니었다. "고객의 행복은 직원이 행복해야 가능합니다." 그는 여사원 휴게실, 식당 등 직원들이 생활하는 환경을 최고수준으로 만들었다. 또한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직접 듣고 피드백해준다. 이런 것들이 뒷받침 돼야 고객들에 대한 최상의 서비스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사내 최고 부지런한 사람
경남 밀양에서 자란 그는 해병대 출신이다. 얼핏 보면 두주불사(斗酒不辭) 스타일의 투박해 보이는 인상이지만 얼굴에 가득한 웃음과 부드러움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긴장의 끈을 풀게 한다.
오랫동안 그를 지켜본 사람들은 '신세계 최고 부지런한 사람'이라고 한다. 최근 몇 달간은 새벽 2시 전에 귀가해보질 못했다고 했다. 그는 사무실에 거의 앉아있지 않는다. 아침조회를 없애는 대신 수시로 각 코너를 직접 돌며 현장에서 스탠드회의를 하고 고객의 소리, 직원들의 소리를 직접 듣는다. 회의 땐 보고서를 없애버렸다. 보고는 아이팟이나 노트북으로 한다. 업무서류를 간소화하고 이를 통해 스마트하고 의사단계가 짧은 조직으로 바꿨다. 일반업무를 간소화하니 직원들이 고객서비스에 더 충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가 군대를 제대하고 신세계에 입사했을 때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다고 한다. 해병대의 '욱' 하는 기질이 있어 다양한 고객을 상대하기에 쉽지 않았다. 한번은 수영복코너에서 남자고객에게 수영복을 쇼핑백에 넣어드리고 계산하기를 권유했다. 그 고객은 대뜸 "이런 병신같이…. 니가 언제 수영복 줬어"라고 면박을 줬다. 이에 격분한 그는 팔을 걷어붙이고 손님에게 대들었다. 주변에서 뜯어말리는 바람에 더이상의 소란은 없었지만 이 사건은 그에게 고객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평생 생각하게 해주었다.
"요즘 내게 똑같은 일이 벌어지면 절대로 그렇게 못합니다. 무술 유단자가 함부로 주먹쓰지 않듯이 저도 내공이 생겼죠. 무조건 경위를 공손히 설명하고 제 불찰이라고 말할 겁니다."
지금은 고객을 상대하는 노하우를 직원들에게 수시로 알려준다. 항의하는 고객에게는 실무자가 직접 대화를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 내용을 매장 직원들이 공유하고 처리결과를 메일로 다시 고객에게 알려주도록 했다. 고객의 항의를 평균 5시간 내에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백화점은 인격수양하는 데 최고의 직장이에요. 다양한 고객과 부딪히다 보면 인격수양이 저절로 되죠. 상대방에 맞춰주고 양보하는 것이 체질화되다 보니 집에서도 부부싸움을 할 일이 없어요."
그는 의정부 일대 유일한 백화점의 점장이라는 데 자부심이 크다. 신세계의 노하우를 발휘하면 서울에 비해 다소 떨어진 의정부 수준을 좀더 업그레이드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우리의 슬로건 행복백화점이 고객들에게 인정을 받으면 올해 3000억, 3년 내 5000억원 매출목표는 어렵지 않게 따라오겠죠?" 행복한 백화점을 만드는 주인공의 얼굴은 누구보다도 행복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