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수 원광대 유아교육과 교수·색동회 이사

학교폭력이 도를 넘어서고 어린 학생들이 잇따라 자살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가 사는 세상이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음을 느낀다. 자녀를 키워온 부모이자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러한 현상을 살펴보면, 그 근원에는 어린 시절의 경험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된다. 어린 시절에 받은 각종 상처와 좌절, 심리적 박탈감과 결핍의 경험이 부정적 인식과 적대감을 키워왔으며 여기에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폭력과 같은 비사회적 해결방식을 학습한 결과가 위험스럽고 불행한 청소년을 양산하고 있음이 분명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어린 시절은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진정한 주인을 찾고 만들어가는 아주 중요한 시기이다. 자신을 스스로 지키고 만족할 줄 알며 세상의 잘못된 자극에 저항할 수 있는 건강하고 올바른 자아를 기르는 시기이다. 이 시절에 존중받지 못하고 애정 결핍이나 욕구불만으로 심한 좌절감을 맛보았다면 어린이의 내면세계는 상처와 분노심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처와 분노심은 결국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게 하고 아울러 사회적 유혹에 저항하는 도덕적 면역력 또한 기르지 못하게 한다.

어린이날을 만든 소파 방정환 선생은 '어린이 찬미'라는 글에서 "어린이에게서 기쁨을 빼앗고 어린이의 얼굴에다 슬픈 빛을 지어주는 사람이 있다 함은 그보다 더 불행한 사람이 없을 것이요, 그보다 더 큰 죄인은 없을 것"이라고 설파했다. 어린이들이 행복하지 않다면 그것은 어른들에게 잘못이 있다는 것이다. 어른들의 기준에 맞는 성인이 되도록 재촉하고 억누르는 나라에서 자라는 어린이는 행복하지 못하다. 공부에 시달리며 주눅들거나 혹은 가정불화로 마음에 상처를 입는 어린이는 행복하지 않다.

정신없이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들의 속마음을 알아주지 못하면서 잘 자라주기만을 바라지는 않는가? 어린이가 행복한 세상은 어른들의 기쁨이요 자랑이다. 어린이의 행복과 어른들의 행복은 둘이 아니다. 어린이를 행복하게 만드는 어른이라야 자신도 행복해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올해 어린이날에는 우리가 제대로 된 어른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학교폭력과 학생들의 자살에 숨은 불편한 진실은 뭔지 그리고 이 땅의 어린이들이 진정 행복한지 한번쯤 돌아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