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권변호사 천광청(陳光誠) 탈출사건이 공개된 후 미국과 중국은 약속이나 한 듯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빅토리아 눌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27일(현지시각) 정례 브리핑에서 "천 변호사가 베이징 미국 대사관으로 들어갔는지 확인해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것도 얘기할 게 없다"고 말했다. 추이톈카이(崔天凱)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도 다음달 3~4일로 예정된 제4차 미·중 전략경제대화(SED)를 앞두고 28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알려 드릴 게 없다. SED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 '인권 수호국'을 자처해온 미국으로서는 천 변호사를 보호하고 그가 정치적 망명을 요청할 경우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문제는 미국이 현실적으로 중국과의 외교 마찰을 감수할 여유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란 제재와 핵 협상, 시리아 휴전문제, 또 조만간 예상되는 북한의 핵실험과 이에 따른 유엔 안보리 제재 국면에서도 중국의 협조가 절실하다.

중국도 오는 10월 18차 당 대회를 통한 권력 교체를 앞두고 보시라이(薄熙來)사건에 이어 천 변호사사건까지 터지면서 설상가상의 상황이 됐다. 반체제 인사의 미국 대사관 피신은 지난 1989년 톈안먼(天安門)사태 당시 물리학자 팡리즈(方勵之) 부부 이후 23년 만이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중국의 대응 방안이 마땅찮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천 변호사가 동영상을 통해 산둥(山東)성 지방 정부가 자신과 가족에 대해 행한 잔혹한 폭행을 폭로한 것도 부담이다. 중국 최고 지도부로서는 이 사건을 공식화할 경우 산둥성 현지 정부의 불법 행위도 조사하지 않을 수 없다. 빈부 격차와 관료 부패 등으로 공산당에 대한 불만이 고조돼 있는 상황에서 잘못 건드렸다가 사건이 눈덩이처럼 확대될 수도 있다는 게 중국의 고민이다.

중국은 인터넷과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대한 통제를 대폭 강화하면서 이 사건의 파문 확산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웨이보에서는 'CGC(천 변호사의 영문 이니셜)' '시각장애인' 등 그를 연상시킬 수 있는 단어의 검색조차 차단됐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도 29일 예정보다 앞서 베이징에 도착해 양국이 천 변호사 신병에 대한 본격 협상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