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도란도란 얘기 나누는 선생님이 되고픈 소녀, 블록 쌓기를 좋아해 장래 희망을 건축가로 정한 소년…. '나만의 꿈'을 향해 도약하는 초·중·고교생과 그들의 멘토 등 총 158쌍이 힘찬 날갯짓을 시작한다. 조선에듀케이션과 사단법인 문화예술나눔네트워크가 펼치는 1만명 멘토링 프로젝트 '꿈을 향한 아름다운 동행, 드림 멘토링'(이하 '드림 멘토링')이 오늘(30일) 세 번째 발걸음을 내딛는다.

(왼쪽부터)멘티 송주연 양과 멘토 한규진씨, 멘티 박준성 군과 멘토 김명재씨.

드림 멘토링은 대학생 멘토와 초·중·고교생 멘티(초등 5년~고교 1년)를 1대 1로 연결, 전화·이메일·메신저를 통해 학업과 진로 관련 조언을 주고받도록 중개하는 '재능 나눔' 프로젝트다. 3기 프로그램은 오는 6월 24일까지 8주간 진행된다. 멘토는 활동지를 활용해 멘티에게 미션을 주고, 멘티는 이를 수행하고 검토받으며 자신의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방식이다. 3기 멘토는 서류 심사와 심층 인터뷰를 거쳐 엄격하게 선발했다. 멘티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도록 13개 분야(어문·인문·법정·사회·교육·이학·공학·의학·간호·음악·미술·연극영화·체육) 전공자로 진용을 갖춘 게 특징.

맛있는공부는 제3기 드림 멘토링 출범을 엿새 앞둔 지난 24일, '대표 멘토' 김명재(24·건국대 축산식품생물공학과)씨와 한규진(21·경인교대 초등교육과)씨, '대표 멘티' 박준성(서울 휘문중 1년)군과 송주연(서울 송파초등 5년)양을 만나 이들의 각오와 기대를 들었다.

◇진로 결정, '한 우물 파기'만이 능사일까

박준성군은 초등생 시절부터 조립식 블록 장난감 '레고'의 매력에 푹 빠졌다. 수많은 부품을 하나하나 조립해가는 '재미'와 작품을 완성했을 때의 '기쁨', 완성품을 갖고 상상의 날개를 펼치는 '즐거움'은 준성이가 지금껏 느껴본 최대 행복이다.

"레고를 조립하며 '건물을 설계하는 건축가야말로 내가 제일 신나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이후 책이나 인터넷 등을 뒤지며 관련 자료를 꾸준히 찾았지만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했죠. '실제로 건축학을 전공하는 멘토를 만나 건축학도가 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어려운 점은 없는지, 전공 결정을 후회한 적은 없는지 물어보자'고요."

박군의 어머니 최원희(40)씨는 "준성이 또래 중 이미 진로를 정해 '한 우물 파기'에 돌입한 아이들을 보면 부러우면서도 한편으론 다양한 경험이 필요한 시기에 지나치게 꿈을 강요당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며 "기왕이면 아이가 단 하나의 꿈을 위해 달려온 멘토보다 시행착오 끝에 지금의 위치에 올라선 멘토를 만나 다양한 경험을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교사 지망생 멘티 '교대생 멘토'와 연결

초등학교 교사가 꿈인 송주연양의 올해 목표는 학습 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 이제까지 큰 어려움 없이 상위권 성적을 유지해 온 송양은 고학년이 된 후 학습 분량이 늘며 '계획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했다. "올해 학교에서 '자기주도학습용 플래너'를 받았는데 학습 분량이나 시간을 정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부터 했던 버릇이 잘 고쳐지지 않아 고민이에요. 이번 기회에 좋은 멘토를 만나 계획도, 실천도 저 혼자 힘으로 해내고 싶어요."

송양의 어머니 이민아(40)씨가 이번 멘토링 과정에서 특히 기대하는 건 진로 지도 부문이다. "너도나도 진로 지도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학부모가 관련 정보를 일일이 찾아 가르치긴 어렵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주연이가 자기 장래 희망에 딱 맞는 '교대생 멘토(한규진)'를 만나 다행이에요. 특히 주연이가 외동이어서 평소 '언니가 있으면 좋겠다'는 얘길 자주 하는데 이번 기회에 좋은 언니를 알게 된 것 같아 기쁩니다."

◇"멘티 때 받았던 도움, 멘토 돼 보답할 것"

이번 프로젝트에서 멘토로 활약하는 김명재씨는 "고교 시절 내가 받았던 도움을 언젠가 후배들에게 나눠줘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신문 공고를 보고 곧바로 신청했다"고 말했다.

"진로 고민이 많았던 당시, 과학 선생님께 큰 도움을 받았어요. 여느 선생님과 달리 국내 유명 식음료 기업에서 장기간 근무한 이력을 지닌 분이었죠. 공부하다가 벽에 부딪힐 때마다 많은 도움을 받았고, 그 덕분에 자연스레 선생님 전공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선생님이 개발한 제품이 편의점이나 마트에 진열되는 걸 보면서 식품 분야에 매력을 느꼈거든요. 결국 그쪽 전공을 선택하게 됐죠."

그는 "멘토로 활동하는 동안 하나의 길을 제시하기보다 여러 가지 선택의 장단점을 솔직하게 알려주는 한편, 멘티가 자신의 판단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돕고 응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멘토? 무한한 가능성에 '힘' 실어주는 존재

한규진씨는 대학 2학년 때부터 중학생 후배 대상 멘토링 프로그램과 온라인 멘토링 프로그램 등에 꾸준히 참여해 온 '베테랑 멘토'다. 그 역시 학창 시절 멘토링 효과를 몸소 겪은 주인공이다.

"초등생 때까지만 해도 내성적 성격 탓에 무슨 일을 하든 늘 조심스러웠어요. 하지만 5학년 담임선생님을 만난 이후 성격이 완전히 바뀌었죠. 그림에 대한 제 소질을 발견하신 후 끊임없이 칭찬해주셨거든요. 선생님과 1년을 보내고 난 후, 전 어느새 자신감 넘치고 매사 밝은 아이로 바뀌어 있었어요."

한씨는 이후 중·고교에 진학해서도 적극적으로 학교생활에 임했다. 교사들과도 활발하게 소통했다. 교대 진학도 고교 시절 교사들과 수시로 대화 나누던 중 결심하게 됐다. 한씨는 "한 가지 분야에서 얻은 자신감은 결국 다른 모든 분야로 확산된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깨달았다"며 "나도 멘티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발견해 힘을 실어주는 멘토가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