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또 여중생이 친구들의 괴롭힘과 왕따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아파트 8층에서 뛰어내렸다. 다행히 화단 나뭇가지에 걸려 목숨은 건졌지만 아직 중태다.

26일 오전 8시 45분쯤 대구 북구 동천동 모 아파트에서 8층에 살던 A(14)양이 베란다에서 뛰어내려 쓰러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A양은 머리와 턱, 다리 등에 골절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A양은 부모와 언니(16)가 집을 나간 뒤 학교를 가지 않고 집에 남아 언니 책상 위에 A4 용지 한 장 분량의 유서를 남겼다. 휴대폰 통화목록은 모두 지웠다. 연필로 빼곡히 적은 A양의 유서에는 학교와 학원에서 따돌림을 당한 정황이 적혀 있었다.

중학교 3학년 A양이 투신한 대구 북구의 아파트 현장을 26일 김인택 대구지방경찰청장(왼쪽 둘째)이 찾아가 사고 경위를 듣고 있다. 8층에서 뛰어내린 A양은 화단의 나뭇가지에 걸린 후 떨어져 목숨을 건졌다.

'나는 노력을 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 내 미래는 어둡다. 마치 바보가 된 것 같다. 그래서 애들도 나와 친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말로 시작한 A양의 유서에는 '2년 전 학원에서 친구들에게 괴롭힘과 왕따를 당했다. 지우개를 던지고 했고, 막대기로 때리거나 발로 차기도 했다. 학원 다니는 게 괴로웠지만 엄마가 힘들게 벌어서 보내주신 학원이어서 그만두겠다는 말도 못했다. 학교도 나를 따돌렸다. 우리 반 애들에게 나는 같은 반 아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또 같은 학교에 다니는 정모(14)양과 인근 학교에 다니는 박모(14)군 등 2명의 실명을 거론하며 '다른 애들 괴롭히거나 왕따시키지 마라'고 당부했고, 친한 친구 이름 5명을 적어 '그동안 잘 해줘서 고마웠다'고 했다. 가족들에게도 '철없는 딸이 먼저 떠나 미안하다'는 말을 남겼다.

경찰은 등장한 가해학생 2명을 조만간 불러 조사하는 한편, A양이 다니던 학교 내에서 학교폭력이나 집단 따돌림 등이 있었는지 조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