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기사까지 불러놓고, 그런 짓을 했겠습니까?"
에쿠스 차량 트렁크에 비글종(種) 개가 죽은 채 끌려가는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오면서 불거진 이른바 '악마 에쿠스 사건'에 대해 당시 운전대를 잡았던 대리기사 A(37)씨는 이렇게 말했다. A씨는 2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 20일 오후 11시쯤 전화를 받고, 경기도 인근에서 에쿠스 주인 오모(45)씨를 처음 만났다"면서 "출발 당시 오씨는 트렁크에 개를 실은 뒤 숨을 쉴 수 있는 틈을 만들어 주기 위해 트렁크 문과 차량을 노끈으로 세게 연결해 고정했다"고 증언했다.
사고 당일 한남대교 초입에서 주변의 차량이 경적을 울려 문제가 생겼음을 처음 알았다는 A씨는 "개의 사체를 수습한 오씨는 집으로 가는 내내 '내가 잘못했다'는 혼잣말을 반복했다"면서 "굉장히 괴로워하기에 오히려 내가 위로해줬다"고 전했다. 컴맹에 가까운 오씨와는 달리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곧잘 한다는 A씨는 "며칠 뒤, 저주에 가까운 인터넷 댓글의 수위(水位)를 보고 오씨 걱정이 많이 됐다"고도 했다.
오씨에게 개를 선물한 이모(67)씨는 통화에서, 당일 개를 차 트렁크에 싣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이씨는 "그날 내가 모임에 가면서 차량 뒷좌석에 (오씨에게 줄) 개를 싣고 왔는데, 개가 워낙 활동적이라 운전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다"면서 "이 이야기를 하니까 모임에 온 사람들이 개를 뒷좌석에 실을 것인지, 트렁크에 싣고 조금 열어둘 것인지를 두고 의논했다"고 말했다. 오씨가 자리에 있던 여러 사람의 의견을 참고해 트렁크에 개를 실었다는 것이다.
오씨를 처음 본 A씨도, 6년간 오씨와 알고 지냈다는 이씨도 '그는 악마가 아니다'라고 했다. A씨는 "대리운전을 하다 보면 정말 욕하고 싶은 사람도 있는데, 오씨는 공손하고 매너가 좋은 사람이었다"고 했다. 이씨는 "마음이 여린 오씨가 혹시라도 인터넷을 열어보고 충격을 받을까 봐 걱정"이라면서 "가정과 직장이 있는 사람을 너무 손쉽게 악마로 만들어 버리는 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