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개연성 같은 건 없다. 내가 희곡상 탔고 유망한 미래가 있고, 그러니 살아야 된다는 건 인간들 생각이지. '왜 이런 일이'라고 따져봤자 소용없다. 글을 쓰는 순간이 즐거웠으니 충분하다. 공연화되지 않았어도 글을 쓰는 순간 내 머릿속엔 무대가 있고 내 머릿속에선 공연화되었다.'(2010년 9월 암 투병 중 쓴 일기)

지난해 암으로 세상을 떠난 극작가 고(故) 안현정씨의 작품집 '달콤한 안녕'(이야기쟁이낙타)이 최근 발간됐다. 고려대 국문과를 나와 1999년 제1회 옥랑희곡상 수상작인 '어둠아기 빛아기'로 등단한 안씨는 지난해 8월 서른넷의 나이에 요절해 많은 이를 안타깝게 했다. 그는 2008년 제2회 차범석희곡상(뮤지컬 극본 '드림 가이') 수상 당시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힘겨울 때는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에 있는 블라디미르의 대사 '넌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어!'를 떠올린다"고 했다. 일상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작가였던 그는 세상을 떠나기 두 달 전까지도 '영혼을 살리는 글'을 쓰고 싶다는 소망을 놓지 않았다. '비수 같은 글들이 난무하는 인터넷 시대, 인간의 영혼을 죽이는 글들의 난무 속에서 영혼을 살리는 글을 쓰고 싶다.' (2011년 6월 일기)

이번에 발간된 작품집에는 미완성 유고를 포함해 13편이 들어갔다. 작품집 제목이 된 '달콤한 안녕'(2007)은 생전(生前) 정식 공연된 유일한 작품으로, 이별조차 긍정적으로 바라보려 했던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