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은 23일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측근에 대한 의존에서 탈피해 자기 상식의 판단에 따르는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박 위원장이 스스로 판단해 놓고 뒤에서 누군가 얘기하면 나중에 뒤집는 모습을 봤다. 대통령이 되려면 더 큰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고 과감해져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달 말 사퇴하기 전까지 3개월 동안 비대위원으로 일했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박 위원장의 소통 방식은?

"누군지 모르겠지만 보좌 그룹이 있긴 있는 것 같다. 문제는 박 위원장이 그쪽에 너무 귀를 기울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문대성 파문'만 해도 누가 봐도 표절이 명확한데 주변 누군가가 '인격 살인'이란 소리를 했고 겨우 과반을 확보한 박 위원장은 쉽게 그쪽으로 휩쓸려 간 것 같다."

―박 위원장에게 직언하는 사람이 있나?

"모두가 박 위원장을 어려워한다. 사람들은 박 위원장에게 무엇인가를 기대하면서 혹시라도 잘못 보이면 어떻게 하느냐는 두려움 때문에 말을 못한다."

―박 위원장의 인사(人事)를 평가하면.

"지금 박 위원장 주변의 사람을 보면 '저 정도의 사람을 데리고 대통령을 하겠다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좀 더 포용적으로 가야 한다. 장점이 많으면 써야 하는데 주변에서 이렇다저렇다 하면 그 말에 쏠리는 경향이 있다. 그걸 고쳐 주려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 주변에 있어야 한다."

―박 위원장의 장점을 들자면.

"누구에게도 신세 진 게 없고 참는 기질도 강하다. 새누리당을 완전히 장악했으니 확실한 리더십도 보여줬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박 위원장의 입장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박 위원장도 '친(親)재벌'로 가면 안 된다는 걸 안다. 박 위원장은 자기 주변에서 '경제 민주화'에 대해서 엉뚱한 소리 하는 것을 내버려둘 것이 아니라 직접 나서서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

지난 3월 말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에서 사퇴한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2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변화를 두려워 말고 더 과감한 선택을 해야 이번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주변'이란 누굴 말하는지.

"김용환 전 재무장관, 이한구 의원이 마치 (박 위원장) 경제정책의 총괄책임자라고 하는데 그 사람들은 '경제 민주화'의 참뜻이 뭔지 모른다."

―이재오 의원 공천에 반대했었는데….

"이 의원은 대선 출마선언 후 바람몰이를 해서 김 지사에게 몰아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과거 신한국당 때 영입된 '민중당' 세력이 박 위원장과 맞붙는 셈이다. 파괴력 있는 사람들이다. 경선 과정에서 박 위원장에게 개인적 상처를 많이 입힐 것이다."

―이재오 의원이 '비박(非朴)연대'를 도모하는데….

"그거 해봐야 별 효과가 없다. 경선 서너 달 앞두고 룰(rule) 고치자고 하는 것도 온당치 않다."

―통 크게 비박 주자들이 주장하는 '완전국민경선'을 받아도 되지 않나.

"당(黨)하고 관계없는 사람들보고 정당의 대통령 후보를 뽑으라는 것인데 그럼 정당이 왜 존재하느냐."

―이상돈 비상대책위원이 '경선 무용론'을 얘기했는데.

"그건 그 사람 개인 생각이다. 규칙에 따라 경선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박 위원장에게 도전하는 사람들이 나와도 결국 대세에 밀릴 수밖에 없다. 이번 경선은 2002년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이회창씨를 대선후보로 선출할 때처럼 싱겁게 끝날 것이다."

―수도권과 2040세대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가.

"이번 대선의 최대 이슈는 경제 문제일 것이다. '양극화를 어느 선까지 막겠다'고 구체적으로 약속하고 여기에 관련된 정책변수 전체를 조합해 새로 짜야 한다. 여야 어느 쪽이든 그런 방향으로 가지 않으면 대선 승리는 힘들다."

―현 야권 상황을 어떻게 보나.

"민주통합당 일부는 안철수 교수만 쳐다보고 있다."

―김문수 경기지사,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잠재력을 평가하면.

"김 지사는 차차기에 대권후보로서 잠재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번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정 전 총장은 지금 당내에 발판이 없다. 그가 여권의 대선주자 경쟁에 쉽게 뛰어들기 어렵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