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43) 프로야구 LG 감독은 이번 시즌 들어 독특한 '손가락 세러모니'를 한다. 홈런을 친 선수를 더그아웃 앞에서 반기거나 승리를 거둔 선수들과 그라운드에서 자축 인사를 할 때 오른손 검지를 교차하듯 맞대고 민다. 손바닥이나 주먹을 부딪치는 일반적인 축하 의식과는 다르다.
LG 2군 사령탑 시절부터 이 세러모니를 해왔다는 김 감독은 "하나가 되자는 뜻이 있고, 서로 손가락을 대면서 상대를 배려하자는 마음을 담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재미있다", "좀스럽다"는 찬반 의견이 갈리지만 팬들 사이에서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신임 김 감독이 이끄는 LG는 23일 현재 7승4패로 SK와 공동 2위에 올라 있다. 선두 롯데(7승3패)와는 반 경기 차이다. '꼴찌 후보'로 꼽혔던 LG로선 기대 이상의 성적이다. LG는 작년 이맘때도 7승4패로 분위기가 좋았다. 6월 초엔 8개 구단 중 가장 먼저 30승을 올리며 2위로 순항했는데, 7월 이후 주춤거리다 결국 6위로 시즌을 마쳤다.
올해는 FA(자유계약선수)로 풀렸던 조인성(포수·현 SK), 송신영(투수·현 한화), 이택근(외야수·현 넥센)을 놓쳤다. 승부 조작에 가담해 유죄 판결을 받은 투수 박현준과 김성현도 퇴단시켰다.
김 감독은 작년보다 객관적인 전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상승세를 타는 원동력으로 투수진, 특히 구원진의 활약을 꼽았다. 41세 류택현은 구원승으로 3승을 땄다. 유원상·우규민·이상열은 '필승조' 역할을 하고 있다. 작년에 선발로 뛰다 마무리로 전업한 레다메스 리즈는 5세이브로 구원 선두를 달린다. 사실 리즈는 평균 자책점 8.44점으로 부진하다. 13일 잠실 KIA전에선 4연속 스트레이트 볼넷을 4개 내주면서 3실점 해 패전 책임을 졌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볼을 내리 16개 던진 투수는 리즈가 처음이었다. 김 감독의 믿음이 없었다면 일찌감치 자신감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야구인들은 "나라면 16개의 볼을 연속 던지기 전에 미리 빼버렸을 것이다. 어떻게 그렇게 꾹 참고 지켜볼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김 감독의 뚝심에 혀를 내둘렀다.
작년 6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고 재활에 힘썼던 봉중근이 24일 합류하면 LG 마운드는 더 탄탄해질 전망이다. 봉중근은 시범경기부터 시속 145㎞ 안팎의 빠른 공을 던지며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선발투수 중에선 경찰청을 거쳐 돌아온 이승우(24)가 눈에 띈다. 그는 19일 한화 에이스 류현진과 맞대결, 5와 3분의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합격점을 받았다.
LG 타격과 수비 역시 제 몫을 하고 있다. 김 감독이 새롭게 선택한 4번 타자 정성훈은 대포 4방을 터뜨려 넥센 강정호와 홈런 공동 선두에 올라 있다. 3년차 유격수 오지환은 수비 안정감이 좋아졌다. 김 감독은 "글러브가 공을 빨아들이는 것 같다. 톱 클래스로 올라설 것"이라고 칭찬했다. 삼성과의 시즌 개막전에서 만루홈런을 쳤던 주장 이병규는 허벅지 부상에서 회복해 곧 5번 타자 자리로 복귀할 예정이다.
김기태 감독은 "초반에 부진했다면 올라오기가 어려웠을지도 모른다"면서 "어린이날(5월 5일)까지 2주 동안 경기를 잘 치르면 이 기세를 계속 몰아갈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