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교과서에 등장하는 ‘일본해’ 표기를 ‘동해’로 바로잡기 위해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에서 진행됐던 서명운동이 시작한 지 한 달째인 21일, 총 7만2129명이 참여하며 종료됐다.
백악관 홈페이지의 청원 게시판 ‘위 더 피플(We the people)’에 청원서가 제출된 후 한 달 내 2만5000명 이상이 서명할 경우, 백악관은 청원에 대한 입장을 밝히거나 공청회를 열어 정책적 타당성을 판단한다.
‘미국 교과서 동해 표기 바로잡기’ 청원에 목표치인 2만5000명을 훌쩍 넘긴 7만여명이 서명함에 따라 앞으로 백악관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청원은 지난달 22일 미주 한인 교포사회 ‘버지니아 한인회’가 백악관 홈페이지 ‘위 더 피플’에 ‘동해, 우리 교과서에 담긴 잘못된 역사(The East Sea-a FALSE history in our textbooks!)’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미국 교과서에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돼 있어 아이들이 역사를 잘못 배우고 있다”며 “교과서에 ‘일본해’라고 표기된 지명을 ‘동해’로 바로 잡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들은 물론, 국내 네티즌들도 잇달아 청원 운동에 동참했다.
그러자 13일 일본 네티즌들이 반격에 나섰다. 같은 게시판에 “일본해는 태초부터 일본해였다. 우리(미국인들)는 아이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그런데 왜 동해로 바꿔야 하느냐(Sea of Japan-the authentic history in our textbooks! we are teaching our children the authentic history, so why change?’)”라는 반대 청원을 올린 것이다.
이들은 청원 글에서 “1928년 일본이 ‘동해’를 ‘일본해’로 둔갑시켰다는 한국 측 주장과 달리 ‘일본해’는 태초부터 항상 ‘일본해’였다”며, “현재 남한은 북한 공산주의에 물들어 미국이 한국전쟁 때 도와준 사실을 망각하고 미국과 싸우려 하고 있다. 남한은 극단적 민족주의에 사로잡혀 역사를 자국 중심으로 왜곡하려 한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기도 했다.
양국 네티즌 간에 경쟁이 붙어 서명운동은 '사이버 전쟁' 양상으로 치달았다.
한국에서는 “동해를 되찾아야 한다”는 글이 트위터에서 빠르게 리트윗(RT·다른 사람에게 트윗을 전달하는 것)됐고, 스마트폰 무료 메시지 서비스 카카오톡으로도 “청원글에 서명하라”는 메시지가 급속히 전파됐다.
한화 박찬호 선수도 20일 지인들에게 “미국에서 21일까지 투표를 한데요. 동해를 일본에 넘겨줄 것이냐, 아니냐. 이걸 모르는 한국 분들이 많이 계세요. 인터넷에 백악관 동해라고 치시고 들어가서 투표하세요. 일본인들은 벌써 투표 열심히 하고 있대요! 빨리 들어가서 우리 동해바다를 일본에 넘겨주지 맙시다!!! 5분의 시간은 내 조국을 지킵니다”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 서명을 독려하기도 했다.
일본 네티즌들도 ‘야후 재팬’ 등 유명 포털사이트에 “일본 네티즌들이 힘을 보여줄 때다”, “한국에 비해 서명자 수가 부족하니 빨리 서명을 올려달라”는 글을 올리며 맞대응했다.
양국 네티즌들의 접속이 폭주해 백악관 홈페이지는 21일 한때 접속이 안 되기도 했다.
5월 13일 종료될 ‘일본해 표기 유지’ 청원 글에는 22일 오후 2시 현재 1만6371명이 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