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 등 미 정부와 의회, 언론들이 19일(현지시각) 일제히 중국북한 미사일 개발 지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렇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 15일 북한군 대규모 열병식에 등장한 북한의 신형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級) 미사일 운반차량 때문이다. 이 차량이 중국에서 수출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난 17일자 본지 특종보도 이후 미 정부·의회·언론에서 이 문제를 집중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우리 외교부 관계자도 "중국이 북한에 이 차량을 수출했다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중국 정부에 경위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2009년 유엔의 대북 제재에 동의했고 제재 위반이 확인됐을 경우 예상되는 한·미·일 등 관련국들의 반발과 위신 추락 등을 잘 알고 있을 중국이 왜 ICBM용 특수차량의 대북 수출을 했는지는 여전히 의문거리다.

류웨이민(劉爲民)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중국은 대량살상무기와 그 운반수단의 확산에 단호히 반대해왔다"며 "일관되게 유엔 안보리 결의를 엄격히 이행해왔고, 아울러 우리 자체의 수출 통제 법률·법규도 진지하게 집행해 왔으며 엄격한 관리 시스템이 있다"고,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중국 회사, 북 수출용으로 제작 가능성

길이 20m에 달하는 북한의 ICBM 운반·발사 차량은 중국의 한 특수차량 제조업체가 2010~2011년 제작한 16륜(輪)형 특수차량인 WS 51200과 같은 형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 국제평가전략센터(IASC)의 중국 전문가 리처드 피셔는 "중국의 중국항천과공집단(CASIC)이 북한 수출용으로 제작한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북한은 16륜 차량의 조향장치를 제어할 첨단 차량용 컴퓨터 시스템을 개발할 능력이 없다"며 "중국항천과공집단이 최대 6~7대를 생산했으며, 그중 절반가량을 평양에 팔았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의 국영 방산업체인 중국항천과공집단은 중국 중부 후베이성의 자회사에서 최대 적재중량 122t, 최장 20m 길이의 트럭들을 생산하고 있다. 이 업체는 최근 16륜 차량을 해외에 수출했다고 했으나 구매자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고 AP는 보도했다.

WS 51200은 특히 미국 커민스사의 엔진을 장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미국 알래스카를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 운반·발사 차량에 미국제 엔진이 수출돼 장착된 셈이어서 미국이 더욱 예민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대형 차량이 어떤 경로로 어떻게 북한으로 수출됐는지도 미스터리다. 정부 당국은 유엔 제재 때문에 군용이 아니라 형식상 상용(商用)으로 수출됐거나 중국 정부의 승인 없이 업체가 밀수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이 40t에 이르는 이 차량을 분해해 상용으로 수입한 뒤 북한 내에서 조립, 미사일 발사대·사격통제 장비 등을 추가해 현재의 미사일 차량으로 개조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각에선 상용으로 수출됐더라도 중국 정부의 승인 또는 묵인이 필요하다는 점을 들어 북한 미사일 문제에 대한 중국의 이중성을 지적하기도 한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의 무기거래 전문가인 피터 웨제만은 "중국에서 만들어진 미사일 운반·발사 차량이 파키스탄 등 제3국을 거쳐 북한으로 재수출됐거나, 북한이 대리인을 내세워 구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AP는 보도했다.

북 무기수출에 항구·영공 통과 허용 의혹

일각에선 이번 사안이 1970년대 이후 한동안 은밀히 계속됐던 중국-북한 미사일 개발 협력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주장도 편다. 중국과 북한의 미사일 개발 협력은 1970년대 중국 CSS-2 중거리 탄도미사일(사거리 2800km) 개발계획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북한은 이 계획에서 얻은 기술을 대포동 1·2호 개발에 활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포동 1호(사거리 2500km)는 CSS-2 미사일과 유사하고, 대포동 2호의 1단 로켓은 중국 CSS-2 또는 CSS-3 미사일과 유사한 것으로 평가된다. 대포동 2호의 1단 로켓은 노동미사일 로켓 4기를 묶은 것인데 이 기술 또한 중국으로부터 넘어왔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000년대 들어 북한의 무기수출에 대한 국제사회 제재가 강화된 뒤에도 중국은 북한 무기수출에 항구나 영공을 개방했다는 의심을 종종 사왔다. 2009년 8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 1874호에 따라 북한산 무기를 싣고 이란으로 향하는 화물선 'ANL 오스트레일리아'를 검거했다. 문제의 화물은 북한 남포항에서 선적돼 중국 다롄항을 거쳐 이란의 반다르 압바스로 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