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오는 22일 1차 투표를 이틀 앞두고 사르코지 대통령의 지지율이 사회당 후보인 프랑수아 올랑드 후보에 뒤처지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 중도 우파 성향의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지율에서 좌파 후보인 올랑드 후보에게 수 개월째 밀리고 있다. 다양한 정치, 사회적 쟁점이 있겠지만 경제요소 역시 무시할 수 없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지체된 성장과 13년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실업률, 그리고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지역)의 재정위기 해법 도출 과정에서 독일에 끌려다니고 있는 상황 등 국민들이 만족할 수 있는 요인들이 거의 없다.
◆ 사르코지, 경제성적표 거의 낙제
사르코지 대통령은 2007년 취임과 거의 동시에 경제 위기상황에 맞닥뜨렸다. 이듬해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와 이후 불거진 유럽 재정위기로 임기 내내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
프랑스의 실업률은 10%에 달해 13년새 최고치이고, 취임 당시 64%에 불과했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는 현재 90%에 육박했다. 지난해 프랑스의 무역수지는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급기야 지난해 8월 미국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낮췄던 국제적인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올 1월 프랑스의 신용등급도 한 단계 낮춘 AA+를 부여했다. 프랑스 국민들에게 이는 적지 않은 상처가 됐다.
어두운 경제전망과 프랑스의 구조조정, 긴축정책 등은 사르코지 대통령의 입지를 좁혀 놓는 계기가 됐다. 재정위기 해결은 사르코지, 올랑드 두 후보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현직인 사르코지에게 불리할 수 밖에 없다.
파리사이언스대학의 제라드 그런베르그 교수는 "사르코지는 더이상 국가재정을 지출할 여지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라며 "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올랑드는 적은 돈을 쓰고도 상징적인 제안을 할 수 있는 입장에 있다"고 진단했다.
◆ ECB 개혁 주창한 올랑드
올랑드 후보는 위기 해결 과정에서 프랑스가 뒷전으로 밀린 지금의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개혁과 경제성장을 중심으로 한 정책의 지지, 그리고 고용문제의 적극적 해결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아무래도 공격자의 입장에 있다보니 사르코지와 유사한 정책을 내놓더라도 차별성이 부각될 수 밖에 없다.
이같은 공약은 국내에서는 환영을 받고 있지만 주변국과 국제 금융시장은 다소 불안한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금까지 독일과 공조해왔던 재정위기 해결책들을 다시 검토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올랑드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그동안의 정책이 원점으로 되돌려지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독일과의 공조를 깨는 일이 얼마나 무책임한 것인지를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이유를 들고 있다.
프랑스 정경대의 조아킴 스킬드 교수는 "그렇게 되면 프랑스는 경제적 신뢰도를 잃을 수도 있다"라며 "극단적인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