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를 '미국의 세기'로 만든 실질적인 주역에 더글러스 맥아더와 조지 마셜, 그리고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셋이 꼽힌다. 모두 제2차세계대전의 영웅들이다. 이들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준 덕분에 미국은 세계 최강국이 될 수 있었다.

지난 2007년 미국의 역사학자 겸 저술가인 스탠리 웨인트러브는 흥미있는 책 한 권을 내놨다. '열 다섯개의 별: 아이젠하워, 맥아더, 마셜(The 15 Stars: Eisenhower, MacArthur, Marshall)'이다. '미국의 세기를 구한 세 장군들(The Three Generals Who Saved American Century)'이란 부제가 붙어있다.

셋은 1944년 말 거의 동시에 별 다섯개 씩을 달았다. 셋의 별을 합치면 열다섯 개가 돼 이같은 제목을 붙였다.

셋 중 원래 선임자는 맥아더였다. 1930년부터 35년까지 육군 참모총장을 지냈다. 합참의장이 없었던 시절이어서 맥아더는 군서열 1위였다. 맥아더와 동갑인 마셜은 그때 대령, 아이젠하워는 소령에 불과했다. 특히 아이젠하워는 맥아더의 부관으로 그를 8년이나 모셨다.

전쟁이 터지자 마셜이 참모총장으로 발탁됐다. 예편해있던 맥아더는 다시 현역으로 복귀, 그의 지휘를 받게 됐다. 맥아더의 품에서 해방된 아이젠하워는 마셜의 총애를 받는다. 당초 마셜은 총장직을 내놓고 유럽연합군최고사령관 자리를 원했으나 루스벨트 대통령이 "당신이 없으면 밤에 제대로 잠을 잘 수 없다"며 그의 요구를 거부, 꿈이 무산됐다.

마셜은 그 자리에 아이젠하워를 적극 추천해 역사적인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맡겼다.

책은 세 장군의 리더십과 품성을 비교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맥아더는 제왕적 리더십의 소유자다. 서태평양 연합군 최고사령부에서 그의 말은 곧 법이었다. 그의 지시에 토를 달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장군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만하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왔다. 그래도 워낙 전략의 천재여서 볼멘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맥아더의 제왕적 리더십은 일본과의 전쟁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반면 아이젠하워는 가시밭길이었다. 맥아더와는 달리 그는 전투경험이 전무했다. 영국의 콧대높은 버나드 몽고메리는 그런 아이젠하워를 앝잡아봤다. 조지 패튼도 원래는 아이젠하워의 선임자였다. 웨스트포인트 육사도 선배이고 별도 먼저 달았으나 막판 역전이 돼 아이젠하워의 부하장군이 된 것이다. 껄끄러운 장군들을 거느리게 됐으니 아이젠하워는 마음고생이 심했다.

아이젠하워는 그러나 화합의 달인이었다. 휘하 장수들로부터 심한 견제를 받았지만 이들을 포용해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거쳐 나치독일의 항복을 받아냈다.

마셜은 워싱턴에서 전쟁을 총괄했다. 그는 기획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유럽과 태평양의 두 전선을 오가며 이견을 조정하는 등 전쟁을 성공적으로 갈무리했다.

전쟁이 끝난 후 셋은 구국의 영웅으로 미국인들의 존경을 받았다. 맥아더는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의 최고통치자로, 마셜은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으로, 아이젠하워는 콜럼비아 대학 총장을 거쳐 신설된 북대서양방위조약기구(나토) 사령관직을 맡아 다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저자인 웨인트러브는 당시 셋 중 누가 후보로 나와도 대통령 당선은 거의 확실시됐다고 지적했다. 맥아더와 마셜은 정계진출 욕심이 거의 없었다. 이에 따라 어부지리를 얻은 쪽이 아이젠하워다. 당시 공화당 쪽에선 마땅히 후보로 내세울 인물이 없어 아이젠하워는 손쉽게 공화당 티켓을 따내 대선에서 승리를 거뒀다. 예견된 승리나 다름없었다.

아이젠하워의 정치적 성향은 '모던 리퍼블리커니즘(Modern Republicanism)'이다. 개혁성향의 공화당이란 뜻이다. 외교 안보엔 진보적이었지만 국내문제에선 보수적인 경향을 보였다.

한국정치권에서 아이젠하워가 갑자기 집중조명을 받고 있다. 대권결심을 굳힌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대선출마전 비정치인이었던 아이젠하워가 자신의 현재상황과 유사점이 많다고 보고 그를 벤치마킹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젠하워는 그러나 백악관주인이 되기 훨씬 이전부터 대통령 못지 않은 명성과 인기를 누린 인물이다. 이에 비해 안 원장은 벤처사업 성공으로 주식부자가 된 사람이다. 정치적으로 검증된 바도 없고 또 그가 국가에 기여한 게 무엇인지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한다. 그저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는 것 뿐이다.

애당초 아이젠하워와 비교 자체가 무리다. 대권에 욕심을 낸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의 전철을 밟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대통령은 누구나 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해서는 안 될 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