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노인이 77세 노인의 얼굴을 때려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혼잡한 지하철 내부에서 몸이 부딪친 뒤 사과하지 않는다며 김모(77)씨를 주먹으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오모(70)씨를 구속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하철을 타고 틀니 등을 수도권 병원으로 배달하는 오씨는 지난달 9일 오후 5시 25분쯤 지하철 7호선 전동차 안에서 김씨와 시비가 붙었다. 밀려드는 승객으로 인해 서로 몸이 부딪친 게 계기였다. 오씨는 다음 역에서 하차하는 김씨를 뒤쫓아가 주먹으로 얼굴을 한 차례 때린 뒤 집으로 달아났다. 고령(高齡)의 김씨는 쓰러지면서 왼쪽 넓적다리뼈가 부러졌고, 곧바로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8일 만에 숨지고 말았다.
경찰 관계자는 "뼈가 부러지면 골수의 지방이 혈관을 타고 도는데, 노인들의 경우 이게 폐로 들어가면 치명적일 수 있다"면서 "김씨도 폐렴으로 숨진 것으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 소견을 냈다"고 말했다. 오씨는 김씨가 숨진 줄도 모르고 지하철에서 계속 배달 일을 하다, 지난달 15일 탐문수사를 벌이던 경찰에게 붙잡혔다. 오씨는 "그날 따라 짜증이 심하게 났다"면서 "김씨가 고꾸라지는 순간, '세상에, 왜 내가 그랬을까' 하며 깜짝 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수갑을 찬 채 경찰 조사를 받던 오씨는 기자와 만나 "나는 '지하인생(地下人生)'을 살았다"고 했다. 서울 광진구에 있는 13.2㎡(약 4평)의 월세 20만원짜리 지하 단칸방에서 살면서, 하루 종일 지하철을 타고 수도권의 20여 군데를 돌며 틀니 등을 배달하는 자신의 삶을 빗댄 것이다. 관절염이 심한 아내의 병시중도 오씨의 몫이었다. 10년 전까지 광주광역시에서 식당을 운영하다가 망한 뒤 오씨의 삶은 망가졌다고 했다. 오씨는 일주일에 꼭 1~2번은 숨이 콱 막혀, 자정에 집을 나와 하염없이 걸었다고 전했다. 경찰조사를 받던 중 김씨의 사망소식을 접한 그는 "지하철 배달일을 하던 지난 3년 8개월 동안 그렇게 시비가 붙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