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또 시청률 이야기예요?"
KBS 2TV 월화드라마 '사랑비'의 윤석호(55) PD는 짐짓 대수롭지 않은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시청률에 대한 부담을 완전히 떨쳐버리진 못한 듯했다. 10일 방영된 '사랑비'의 전국 시청률은 6.5%(TNmS). 드라마 '가을동화' '겨울연가' 등으로 한류 붐을 일으켰던 윤 PD의 이름값에 비하면 초라하다 할 만한 성적표다.
윤 PD로선 2006년 '봄의 왈츠' 이후 6년 만의 복귀작인 '사랑비'는 1970년대와 2012년 두 시대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영화 화면을 연상케 하는 빼어난 영상미, 순정만화 같은 사랑이야기 등 '윤석호표' 색채가 짙게 묻어나는 작품이다. 그러나 시청자와 평론가들 사이에선 "전개가 느리고 윤 PD의 전작(前作)들과 비슷해 식상하다"는 비판론도 만만찮은 게 사실. 최근 서울 홍대 근처 '윤스칼라' 사무실에서 만난 윤 PD는 "빠르고 강하게만 전개되는 드라마들이 넘치는 현실에서 이런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드라마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드라마로만 보면 6년의 공백이 있었다.
"그동안 일본과 한국에서 '겨울연가' 뮤지컬 작업을 했다. 일본에서 영화도 제작하려 했었고, 영국소설을 로맨틱 드라마로 만들까도 고민했다. 트렌드에 맞는 드라마를 해야 하나, 내가 잘하는 드라마를 해야 하나 고민도 많이 했다. 그러다가 1970년대 이야기와 요즘 아이들의 사랑, 중년의 사랑을 한데 묶은 '사랑비'를 만들게 됐다."
―시청률이 한자릿수다.
"70년대를 그린 드라마 초반 전개가 느려서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트렌드에 맞지 않더라도 개인적으로 많은 정성을 들인 작품이고 완성도가 있기에 어느 정도는 기대했었는데 아쉽다."
―"이전 작품들과 별로 다르지 않아 자기 복제적이다"는 비판도 나온다.
"인정한다. 이번 작품은 '가을동화' '겨울연가' 등 내가 했던 사계절 시리즈에서 이어왔던 정서의 종합판이다. 아날로그 감성, 이게 내가 좋아하는 부분이고 가장 잘하는 부분이다. 70년대를 표현하려 일부러 그 당시 대표성을 갖는 대학 가정학과, 영화 '러브스토리' 등의 설정을 썼는데 이것을 전형적이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다."
―잔잔하게 감정선을 이어가는 '윤석호표 연출'은 이제 안 먹힌다는 지적도 있다.
"휴머니티가 넘치는 글을 쓰는, 일본의 대표적 드라마 작가이자 각본가 구라모토 소우(倉本聰)의 작품은 시청률이 높지 않다. 그런데도 좋은 드라마니까 계속 방영이 된다. 담백한 음식이 속이 더 편안한 것처럼 이런 드라마는 세상을 순화하는 정서적 기능도 있다. 무조건 시청률의 잣대로 폄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빠르고 임팩트가 강한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우리가 사는 현실이 그렇지 않나. 드라마를 선하게 만들면 이제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는 지경이다. 시청자들 시선을 붙잡기 위해 키스신, 사고신 등으로만 임팩트를 주는 드라마가 늘었는데, 그 흐름이 대세라지만 내가 원하는 방식은 아니다."
―장근석과 소녀시대 윤아를 캐스팅한 건 한류를 의식해서인가.
"솔직히 난 스타 없이도 드라마를 이끌어 갈 수 있을 만큼 이름이 알려졌다고 자평한다. 이번에도 드라마 색깔과 맞는 배우를 캐스팅한 것이다. 장근석이 평소 활발하고 톡톡 튀는 이미지가 있는데, 이것을 수줍은 청년으로 칠해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었다. 또 사랑비 특성상 1인 2역을 해야 하는데 그것도 고려했다. 윤아도 70년대 감성을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 캐스팅했다."
―한류 열풍의 주역이 드라마에서 K팝으로 넘어갔다.
"정말 아쉽다. 돌이켜보면 그동안 한류 스타 중심의 드라마만 많았고 진정성 있는 이야기는 적었던 것 같다. 한류 붐을 일으킨 주역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다시 한번 한류 흥행 작품을 만들고 싶다."
―항상 멜로 장르만 한다.
"쿨한 감성과 본능이 중시되는 시대에 사랑이라는 정신적 측면, 그 떨림을 이야기하고 싶다. 그런 것이 주는 아름다움과 판타지가 좋다. 기회가 된다면 옛 화랑들의 이야기나 처용설화 등을 바탕으로 한 퓨전 사극도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