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문화재단의 문화예술기금 배분방식을 놓고 한 달 가까이 극한대립 양상을 빚었던 지역 문화예술계가 가까스로 평온을 되찾게 됐다. 당초 편파심사 의혹을 제기하며 갈등구도를 만들었던 충북예총이 도민과 재단에 대해 공식 사과하면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 것이다.

충북예총(회장 문상욱)은 16일 오전 충북도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예술인이 작업실과 공연장이 아닌 길거리로 피켓을 들고 나가 도민과 예술인들에게 걱정을 끼쳐드린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충북문화재단 이사장인 이시종 충북지사, 강형기 문화재단 대표, 재단 사무처 직원들, 지역협력형 공모사업에 선정된 단체와 개인에게도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예총은 다만 "이번 사태는 심사위원 선정방식, 심사방법 등 심사와 관련한 매뉴얼의 부재에서 비롯됐다고 본다"며 "만약 이런 진통이 없었다면 공모사업과 관련한 의혹제기가 계속됐을 것이다. 일련의 사태가 예술단체들이 벌인 '밥그릇 싸움'이 아니었음을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예총은 "도민과 예술인의 환영 속에 출범한 충북문화재단이 더욱 사랑받는 법인체로 거듭날 수 있도록 경쟁력을 키우기 바란다"며 "앞으로 예총은 재단의 사업과 행사에 적극적인 참여와 지원을 하게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문상욱 충북예총 회장, 강형기 충북문화재단 대표, 박종관 충북민예총 이사장(왼쪽부터)이 16일 오전 충북도청 브리핑실에서 손을 잡고 지역 문화예술계의 화합을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충북예총은 앞서 지난달 20일 충북문화재단이 지역협력형 사업 심사결과를 발표하자 예총 소속 회원이 대거 탈락하고 민예총 소속 회원이 주로 선정됐다며 심사의 공정성을 문제삼고 나섰다. 재단이 편파적인 심사를 벌여 민예총에 기금을 몰아줬다는 주장을 펴면서 1인 릴레이 시위, 충북도 지원 예술행사 전면 거부 방침 발표에 이어 기금 재심사와 문화재단 대표 및 실무팀장 사퇴·파면을 요구하는 집회를 갖기도 했다. 이에 대해 충북민예총은 성명서를 내고 "예총이 근거없는 주장으로 재단을 비방하고 민예총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해왔다. 이 과정에서 예총은 기금 배분을 둘러싼 자신들의 문제제기가 자칫 도민들에게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 수 있는 데다, 재단의 편파심사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수일 전 비상대책회의를 갖고 자신들이 제기한 갈등사태를 스스로 봉합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예총의 공식 사과에 대해 충북문화재단도 화답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강형기 재단 대표는 문상욱 예총회장에 이어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사태를 통해 재단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큰지 새삼 느끼게 됐다"며 "앞으로 도민에게 감동을 주고 행복을 체감케 하는 문화예술의 장을 열어갈 수 있도록 배전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재단은 앞으로도 공모사업에 참여하는 예술단체의 대변자가 심사위원이 될 수 없다는 기본 원칙을 지켜 기금 '나눠먹기', '밀어주기'와 같은 의혹을 없앨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이를 위해 ▲지역의 열악한 문화인프라 개선 ▲기금지원에서 선의의 경쟁체제 도입 ▲기금사용에 대한 철저한 사후관리 ▲재단 행정인력 보강 ▲열린 재단을 구현하기 위한 문화사랑방 운영 및 문화기획위원회 활성화 등 5가지 수습책을 내놓았다.

이날 양측의 기자회견에는 충북예총과 경쟁관계에 놓여있는 충북민예총의 박종관 이사장도 참석해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에 따라 문화예술기금 배정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지역 예술계의 갈등은 일단 수습단계로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향후 벌어질 각종 공모사업과 기금 배분과정에서도 비슷한 갈등사례가 발생할 수 있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확실한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영수 전 청주문화원장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예총과 민예총이라는 지역의 양대 문화예술단체가 서로 양보하면서 선의의 경쟁을 통해 지역 문화예술 수준 향상에 기여하는 적극적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라며 "아직 초기단계이긴 하지만 충북문화재단이 이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