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공사와 가스공사가 16조원 넘는 돈을 들여 해외에서 개발·생산하고 있는 석유·가스를 국내에 들여온 실적이 전혀 없고, 앞으로도 가능성이 작다는 감사원 지적이 나왔다. 석유·가스 자주 개발률이 2003년 3.1%에서 작년 13.7%로 높아졌어도 국내 유가 안정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석유공사가 투자한 해외 원유 생산 광구(鑛區) 17곳 중에 비상시 원유를 국내에 들여올 수 있도록 계약한 곳은 두 곳뿐이었다. 베네수엘라와 중국처럼 법으로 자원 반출을 막고 있는 나라에 투자한 사례도 있었다. 감사원은 석유공사가 해외에서 개발한 자원을 국내에 들여오는 문제는 생각지도 않고 자주 개발률 수치를 높이는 데만 매달려 왔다고 지적했다.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은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자원을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확보해 국제 유가 급등이나 원자재 수급(需給) 차질 같은 비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감사원 지적대로 자원 개발 공기업들이 국내 유가 안정이나 자원 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을 사업에 헛돈을 쓰고 있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세계적인 자원 개발 경쟁에 비추어보면 우리가 당장 원하는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 석유공사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22만배럴 수준으로 세계 70위권에 지나지 않는다. 선진국 메이저 회사들에 비하면 구멍가게나 다름없다. 유전 탐사·시추 기술 수준도 선진국의 40% 선에 머물고 있다. 민간 기업을 포함해 국내 유전 개발 전문가를 다 합쳐도 선진국 메이저 회사 한 곳에도 못 미친다. 석유공사가 그동안 해외 자원 개발에 쏟아부은 돈은 중국 국영 석유회사의 작년 한 해 투자액보다 적다.
자원 개발 경험과 노하우, 현지 네트워크까지 모든 면에서 우리는 자원 개발 역사가 오래된 선진국은 물론 2000년대 들어 세계 자원 시장을 휩쓸고 있는 중국에도 밀린다. 국내에 들여올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매장량과 경제성을 갖춘 해외 유전·광구를 확보하기에는 아직 우리 역량이 부족하다. 정부의 적극적인 외교 지원과 함께 꾸준한 투자로 자원 개발 실적을 쌓아가는 수밖에 없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비상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에너지·자원 확보를 위한 실용적이고 실현 가능한 전략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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