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 돌아가 명예로운 은퇴를 준비하는 박찬호가 한국프로야구 정규시즌 공식 데뷔전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역시 베테랑다운 면모였다. 시범경기 때는 그렇게 얻어터지더니 본 경기에 들어서자 언제 그랬냐는 듯 메이저리그(MLB) 아시아투수 최다승(124승) 주인공의 위력을 유감없이 뽐냈다.

박찬호는 12일(현지시간) 청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홈경기에 선발등판, 6.1이닝 동안 4피안타, 2실점(2자책), 2볼넷, 5탈삼진 등을 기록하며 소속팀 한화 이글스의 8-2 낙승을 이끌었다.

사실상의 '퍼펙투'

여러 모로 의미있는 결과였다. 국가대표급의 만만치 않은 두산 타선을 상대로 본인 데뷔전 승리는 물론이고 한화의 연패를 끊고 시즌 첫 승을 안겼다는 점이 더 고무적이다.

무릇 에이스란 연패를 끊고 연승을 이어줘야 하는 존재라는 점에서 앞으로 팀내 박찬호의 높은 역할론을 기대케 하는 부분이다.

박찬호는 1회초 경기시작과 동시에 국내 첫 무대라는 중압감 때문인지 다소 긴장을 해서 선두타자 이종욱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고 흔들리는 듯 보였다.

이종욱이 모자를 벗고 인사를 하는 바람에 순간 심적 동요가 일었다고 박찬호는 경기 뒤 설명했다. 자신의 첫 국내무대를 존중해주는 이종욱 이하 두산 선수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느꼈다는 것이다.

박찬호는 1회 2사1,3루 위기를 가까스로 넘기고 이후 급격한 안정을 되찾으며 6회까지 순항했다. 3회에는 한 타자에 한 개씩 공 세 개만으로 세 타자를 돌려세우는 보기 드문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7회 실점 역시 사실은 본인의 온전한 책임이라고 보기 힘들었다. 연속안타를 맞고 1사1,2루에서 마운드를 내려왔는데 구원투수 송신영이 2타점 2루타를 얻어맞고 점수를 내줘 결국 주자를 남기고 내려간 박찬호의 책임이 된 것이다.

컷패스트볼 위력 대단

투구내용 면에서는 한국타자들에게 아직은 눈에 잘 익지 않은 구종인 컷패스트볼(커터)을 효과적으로 구사한 게 인상적이었다.

박찬호의 패스트볼 구속은 전성기 때보다 한참 못 미치는 140km대 초반에 머물렀으나 끝이 살짝살짝 휘어서 떨어지는 커터를 주무기로 무려 11개의 땅볼아웃을 솎아냈다.

배트에 맞았다 하면 평범한 땅볼이라고 봐도 좋을 만큼 시원하게 외야로 뻗어나가는 타구를 찾기 힘들었다.

이날 그가 잡은 아웃카운트 19개 중 삼진과 더불어 16개를 이른바 '프리미엄 아웃카운트(삼진+땅볼)'로 채운 것이어서 영양가 만점의 피칭이었다.

두산 타자들은 커터와 위닝샷으로 슬러브성의 변화구를 적절히 섞어 던지는 박찬호의 노련한 볼 배합에 거의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과거 불같은 강속구를 던지던 '코리언특급' 박찬호는 더 이상 아니었지만 이 정도 구종과 변화무쌍함, 그것을 안정적으로 구사할 줄 아는 로케이션 능력이라면 한국무대에서 충분히 10승 이상을 기대해볼 만하다는 걸 첫 무대부터 멋지게 입증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