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4·11 총선의 여야 복지 공약들은 정도만 다를 뿐 그 결과가 우리 사회나 경제에 미칠 영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선거용 포퓰리즘의 극치다. 입이 부르트도록 반드시 실행하겠다고 부르짖지만 과연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는 전혀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야말로 무책임 정치의 전형이다. 특히 야당들은 선거 연대까지 하고 있으니 더욱 공약실행의 책임 소재가 모호하다.

복지 공약을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없으니 국민들이 믿을 리 만무하다. 후보들은 당장 당선되기 위해 공약(空約)에 공약(空約)을 더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가 끝나면 국민들은 공약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을 것이다.

국민 생활이 개선되고 우리 사회가 한 치라도 더 나아갈 수 있다면, 복지 공약들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책임 없는 과잉 복지가 얼마나 큰 재앙을 부를 것인지는 남유럽 국가들의 사태를 교훈으로 심사숙고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여야의 복지 경쟁이 서민층을 더 서럽고 힘들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논의되는 복지 공약은 거의 모두 결국 저소득층의 밥그릇을 깨는 것이다.

우선, 무상의료는 돈 없고 힘없는 서민들의 진료환경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전 국민에게 무상의료를 확대하면 자연히 병원 이용이 증가할 것이고, 병상 부족으로 대기환자가 늘어날 것이다. 진료를 더 빨리 받기 위해 급행료가 생겨날 수 있고, 힘 있는 인사들의 끼어들기도 빈번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가장 큰 피해자는 저소득층인 의료보호 대상자들이 될 수밖에 없다.

학생들에 대한 무상급식은 지방자치단체들로 하여금 취약계층을 위한 기존의 다른 지원을 줄일 수밖에 없게 한다. 시작된 지 1년도 안 되어 지자체들이 중앙정부에 재정지원을 호소하고, 물가상승과 예산 부족으로 급식의 질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결국 원래 정부지원으로 무상급식을 받던 저소득층 학생들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것이다.

무상보육도 문제다. 자녀들을 보육시설에 보내려는 부모가 늘어나면서 정작 도움이 필요한 맞벌이 부부나 저소득층 자녀들이 밀려나고 있다. 가난으로 길거리에 버려지는 아이들이나 장애아들도 제대로 돌보지 못하면서 왜 여유 있는 가정 자녀에 대한 무상보육이 우선되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정부가 반값 등록금을 통하여 대학생을 지원하는 것은 가정 형편으로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차별이다. 낮은 등록금은 필연적으로 대학 진학률을 더 높일 것이다. 결국 대학교육은 더욱 황폐화하고 중소기업은 인력난에 더 허덕이게 될 것이다.

올해는 다른 해보다 선거를 치르는 국가가 유난히 많다. 그러나 무상에 가까운 복지 제도를 공약으로 삼는 나라나 정당은 찾아볼 수 없다. 지금 우리나라는 새로운 복지 수혜를 노리는 전형적인 유권자 이기주의가 팽배해 있다. 하지만 이들은 자기가 스스로 부담해야 할 복지를 공공의 돈으로 받으면서 만족도 못하고 결국 세금 부담만 지게 될 것이다. 지금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유로운 경제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소득 증대이지 만족하지도 못할 기본적인 복지가 아니다. 무조건적인 복지 확대가 인권신장이고 국민의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빈곤층이 아닌 계층에 대한 복지확대는 낭비다.

복지제도가 많아진다고 국민이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다음 정부는 복지제도가 필요 없을 정도로 경제를 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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