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이어 핵실험을 했던 '2009년 도발'을 재현하려 하고 있다. 북한은 2009년 4월 5일 장거리 미사일(광명성 2호)을 발사한 뒤 같은 달 유엔안보리가 제재조치를 취하자 2009년 5월 25일 2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미사일 발사 후 핵실험… '어게인 2009'

북한은 이번에도 이 같은 수순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북한은 지난달 16일 '광명성 3호'를 이달 12일에서 16일 사이에 발사한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광명성 3호가 실용위성이라고 주장하지만, 국제사회는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 실험을 위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보고 있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예고에 대해 우리 정부뿐 아니라 미국·중국·러시아·일본 등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참가국들은 한목소리로 발사 취소를 촉구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26~27일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한 오바마 미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주석은 "북한은 미사일 발사보다 북한 주민의 민생에 신경 쓰라"며 북한을 압박했다.

유일한 후원국인 중국마저 북한에 대해 장거리 미사일 발사 취소를 촉구하는 상황에서 북한은 오히려 3차 핵실험이라는 더 강력한 카드를 내보인 셈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의 위성이 정밀감시하는 풍계리에서 핵실험 준비 상황을 연출한 것은 의도적"이라며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국제사회가 제재에 나설 경우에 대비해 핵실험 카드까지 꺼내든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기자 불러놓고 미사일 과시 - 외국 언론사 기자들이 8일 북한 평북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오른쪽에 1·2·3단 로켓 조립을 완료한 장거리 미사일(은하 3호)과 발사대 모습이 보인다.

김정은 정통성 강화 위해 핵실험 준비

북한이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가 예상됨에도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이어 핵실험까지 준비하는 것은 김정은의 '정통성 강화' 차원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통해 '강성대국' 진입의 축포를 쏘는 동시에 자신의 정통성을 강화하려는 것"이라며 "동시에 미국에 대해선 영양지원을 받는 대가로 핵·장거리 미사일 활동을 중지한다는 내용의 미·북 간 2·29 합의를 깨지 말라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북한은 미북 간 협상의 교착 국면 때마다 핵 카드를 이용해왔다. 1차 핵실험(2006년 10월)으로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를 풀어냈고, 2차 핵실험(2009년 5월)을 통해 김정일 건강이상으로 이완 조짐을 보이던 내부를 단속했다.

북한은 이번에 하려는 핵실험에서 지난 2009년 폭발규모 4000t보다는 진전된 능력을 선보일 가능성이 크다.

군 당국은 "북한이 결심만 하면 2주면 핵실험 할 수 있도록 준비가 돼 있다"며 "플루토늄을 썼던 1, 2차 핵실험과 달리 이번에는 고농축우라늄으로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동쪽에선 핵실험 - 이스라엘 상업 위성이 지난 1일 촬영한 함경북도 풍계리의 신규 갱도(坑道) 모습. 두 차례(2006년·2009년) 핵실험을 한 서쪽과 동쪽 갱도의 남쪽에 있으며 핵무기 설치 후 갱도를 메우는 데 쓰일 것으로 추정되는 토사 더미가 발견됐다.

영양지원 얻기 위한 대미 압박용

북한이 핵실험을 협상용 카드로 이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북한이 광명성 3호 발사 이후에 대비해 핵실험 카드를 꺼내 든 것은 분명하나 실제 실험을 할지 아니면 이걸로 새로운 협상을 하자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며 "미국에 대한 압박용"이라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3차 핵실험 징후를 내보인 것은 '핵보유국'의 지위를 확보한 상태에서 미국과 핵군축 회담에 나서겠다는 전략적 의도"라면서도 "북한이 현 단계에서 핵실험에 충분한 고농축우라늄을 확보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이어 핵실험까지 감행하면 유일한 후원국인 중국의 반발도 클 것으로 보인다.

올해 5세대로의 권력 교체를 앞둔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유지된 가운데 순조로운 지도부 교체를 희망했으나, 북한의 도발로 한반도 문제가 복잡해지는 걸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