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광명성 2호' 발사 장면.

'광명성 3호'가 김일성 생일(4월 15일) 전후로 발사된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우려와 비판을 "망발" "잡소리"로 일축했다. 특히 우리를 겨냥해 이렇게 논평했다.

"망신스럽게 두 차례에 걸쳐 외부의 전적인 도움을 받아가며 위성 발사를 시도하다 실패한 남조선은 그 누구의 위성 발사에 대해 비난할 명분도 체면도 없다. 차라리 그 위성을 동족인 우리더러 쏴달라고 했더라면 좋지 않았겠는가."

김승조(62) 항공우주연구원장이 답할 수밖에 없다.

―북한으로부터 이런 조롱까지 받아야 하나?

"좀 창피하기는 하다."

사실 그는 '나로호' 두 차례 실패와 상관없다. 서울대 교수(우주항공공학)로 재직하던 그는 실패 뒤에 임명됐다. 오는 10월 세 번째 발사를 책임질 것이다.

"사실 로켓 문제는 국가가 정책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느냐에 달렸다. 북한은 모든 면에서 낙후돼있지만 로켓 개발에 집중한다. 주민들 상대로 한 체제 선전 효과 때문이다. 경제적 이득도 없고 주변국을 불편하게 만들면서 말이다."

―'정치'가 아닌 과학으로 답변해달라. '광명성 3호'는 인공위성인가, 군사 무기인 미사일인가?

"로켓(발사체) 상단에 탄두를 장착하면 '미사일', 위성을 탑재하면 '인공위성'이다."

―북한은 이미 "광명성 3호는 100㎏에 고도 500㎞ 궤도를 따라 도는 수명 2년의 인공위성"이라고 했다. 외부 참관단을 허용하겠다고도 했다. 다시 묻지만, 이번에 발사될 로켓 상단에 탑재된 것이 인공위성이냐 탄두냐?

"아마 소형 위성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실용성이 없다. 우리 같으면 이런 위성을 쏘아 올린다고 하면 예산을 안 줬을 것이다. 현재 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지구 관측용 위성은 무게 800㎏에 수명도 5년 이상이다."

―북한 주장대로 '인공위성'은 맞는다는 것인가?

"외형이 그렇다는 것이다. 내용 면에서는 미사일 개발을 위한 로켓 시험이다. 북한의 선전대로 '광명성 3호' 발사라고 부르면 자칫 말려드는 것이다. '광명성 3호'는 위성의 명칭이다. 광명성 3호를 달고 있는 로켓은 '은하 3호'다. 이번 발사는 순전히 '은하 3호'라는 로켓을 시험하는 것이다."

―추정인가, 객관적 증거가 있는가?

"최근의 인공위성은 영하 183도의 액체산소를 산화제로 쓴다. 효율이 훨씬 높지만, 이는 상온에서 장전돼 있을 수 없다. 발사가 미뤄지면 즉시 연료를 뽑아내야 한다. 북한 로켓은 상온(常溫)의 연료와 산화제를 쓰고 있다. 로켓 안에 연료를 주입해놓고도 보관이 쉽다. 구(舊)소련제 미사일의 연료 방식이다. 실제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은 이런 로켓 엔진으로 되어 있다. 북한이 낙후된 상황에서 인공위성이 왜 필요한가.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을 위한 시험으로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공위성과 미사일은 완전히 동일한 기술인가?

"공통 핵심 기술은 바로 운반 로켓이다. 초기의 위성은 대부분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량한 것이었다. 다만 인공위성이 지구궤도에 정확한 속도로 진입하는 게 목적이라면, 미사일은 궤도에 올라간 뒤 대기권으로 재진입해 목표 지점에 날아간다."

―이번 발사가 미사일 개발용이라면, 궤도에 올라간 뒤 목표물을 타격하기 위한 재진입까지 이뤄져야 하지 않는가?

"일단 궤도 진입 단계를 실험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런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실력을 어떻게 평가하나?

"100㎏을 탑재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아직 저급한 수준이다. 중국이 개발한 대륙간미사일의 탄두 무게만 3t쯤 된다."

―그 정도라면 국제사회가 왜 예민하게 반응하는가?

"정치적인 영역이라 내가 얘기하기에는 적당치 않다. 다만 대륙간미사일은 이미 1950년대 말에 개발된 것이다. 북한 같은 나라가 개발에 뛰어드는 것이 문제가 되지, 그 기술 자체가 최첨단은 아니다."

―로켓 기술에서 우리가 북한에 떨어지는 것은 사실 아닌가?

"솔직히 그렇다. 우리는 대형 로켓을 개발할 이유가 없었다. 과거 국방과학연구소에서 로켓 사업을 제안하면 '이걸 왜 하느냐?'는 게 정부 답변이었다. 사업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또한 미국이나 우방국의 협조 없이는 그렇게 할 수도 없었다."

―대형 로켓을 개발할 이유가 없었다는 뜻은?

"국방에 관한 한 고체 연료를 쓰는 소형 미사일(사거리 300㎞)을 개발했다. 크루즈미사일(폭탄을 탑재한 무인 자동 비행기의 개념)도 있고. 당시 대응 전력으로는 이걸로 충분하다고 봤다. 우리가 일본과 중국, 미국을 공격할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김승조 원장은 “나로호 1차 실패는 전적으로 우리 잘못, 2차는 공동 책임으로 결론 났다”고 말했다.

―결국 우리도 '나로호'로 대형 로켓 개발에 뛰어든 것이 아닌가?

"1998년인가, 북한이 '대포동 1호'를 발사했다. 사거리가 2000㎞ 이상이었다. 그때 '우리는 무엇 하고 있었나'며 난리가 났다. 김대중 정부 시절이었다. 항공우주연구원에 '빨리 5년 안에 장거리 로켓을 만들어라'는 임무가 부여됐다. 사상 처음 정부에서 먼저 나서서 연구비를 내려줬다. 당시 우리는 액체연료 엔진에 대한 연구가 전혀 없는 상태였다. 1950년대 소련의 스푸트니크 충격으로 미국의 아폴로 계획이 나온 것처럼, 나로호는 대포동 1호의 충격으로 시작됐다."

―나로호는 허용되고, 광명성 3호는 안 된다는 것은 국제사회의 정치적인 압력으로 볼 수도 있지 않은가?

"국제우주조약에 따라 군사적 목적이 아닌 평화적 우주 이용을 위한 위성 발사는 모든 국가가 가능하다. 우리는 위성 조립과 발사의 모든 과정을 찍어 공개해왔다. 사실 북한은 유엔안보리 결의안 1874호(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발사 금지 규정)에 의해 위성 발사 자체도 허용되지 않는다."

―북한은 이전의 두 차례(1998년·2009년) 위성 발사에 대해 "성공"했다고 하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실패했다고 한다. 어느 쪽이 맞나?

"사실 '광명성 1·2호'의 실체는 아무도 모른다."

―실체를 모른다는 뜻은?

"미국전략사령부 산하 합동우주운영센터는 우주에 돌아다니는 10㎝ 이상의 물체(약 1만7000개)를 확인한다. 하지만 북한이 쏘아 올렸다는 '광명성 1·2호'는 당시 우주 궤도에 없었다. 북한은 그 위성이 궤도를 돌면서 '위대한 수령님을 찬양하는 노래를 불렀다'고 선전했지만."

―광명성 3호의 1단 로켓 잔해는 변산반도 앞 140㎞ 지점에 떨어질 것으로 계산됐다. 궤도를 혹 이탈할 수도 있는가?

"로켓은 기본적으로 부정확한 것이다. 제어가 안 되면 엉뚱한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이 경우를 대비해 자폭(自爆) 장치를 부착한다."

―그 잔해의 소유권은 어느 쪽에 있나?

"기본적으로 북한에 있다. 평화적인 우주 물체는 발사 국가에 돌려주도록 국제적 합의가 되어 있다. 하지만 '은하 3호'를 다른 국가에서는 우주 물체가 아닌 미사일로 간주하고 있다."

―로켓 잔해로 북한의 기술 수준을 얼마나 알 수 있나?

"이륙 후 분리된 연료통과 1단계 추진 로켓의 엔진은 바다에 떨어진다. 충돌 순간 연료통은 산산조각 나고 대부분 부품은 타버린다. 잔해만으로 기술 수준을 알기는 어렵다. 다만 구소련의 스커드미사일을 개량한 북한의 로켓 엔진은 간단할 것이다."

―광명성 3호가 저급한 기술이든 아니든, 지구궤도에 올라가면 우리는 또 한 번 쇼크를 받을 것이다.

"아마 그럴 것이다. 우리가 안 가진 1단 로켓 기술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나로호는 로켓의 1단 엔진을 러시아에 약 2000억원 주고 사왔으나, 두 번이나 실패했다.

"두 번 실패했지만 위성 발사를 위한 상당한 기술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로켓 시스템과 설계 기술, 발사 운용 과정 등에서 경험을 쌓았다. 국내 최초로 위성 발사장인 우주센터도 확보했다."

―실패에서 배웠다고 했지만, 나로호 발사 실패의 원인조차 명확히 가리지 못했다.

"2차 발사는 136.7초 만에 끝났다. 워낙 순식간이라 확보된 비행 데이터가 너무 부족했다. 사고 원인 분석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러시아제 1단 로켓의 작동 시간은 232초다. 1단 로켓이 분리되기도 전에 폭발했다. 이 때문에 러시아 측에 문제가 있다는 게 우리 입장이었다. 하지만 러시아는 우리 기술 부문에서 문제가 생겨 자폭 시스템이 작동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양쪽 모두 책임이 있는 것으로 했다."

―1차 실패 원인도 명쾌하게 발표된 적이 없다.

"당시 내가 조사위원이었다. 1차 실패는 우리 쪽 잘못으로 결론 났다. 당시 페어링(인공위성 덮개) 분리가 안 됐다. 왜 분리가 안 됐나로 논쟁이 벌어졌지만 결론을 얻진 못했다."

―1차 실패 원인 규명 작업을 한 뒤에도 2차에서 또 실패했으니, '실패의 교훈'은 없지 않은가?

"로켓은 100% 믿을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먼지나 티끌 한 점이 섞여도 폭발하게 된다. 완벽 속에도 실패 확률이 있다."

―나로호 3차 발사는 10월로 예정됐다. 러시아에 더 돈을 지불해야 하나?

"추가 지불금은 없다. 당초 두 번 발사를 하고, 만약 실패하면 한 번 더 발사하는 걸로 계약이 됐다."

―두 번 발사 실패로 전임 항공우주연구원장이 불명예 하차했다. 당신의 부담감도 적을 리 없다.

"당초 서울대 교수로 있을 때 '나로호 3차 발사를 하지 말자'고 말했다. 이 직책을 맡고서 인사를 다니니 아무도 '3차 발사를 할 거냐 말 거냐?'를 묻지 않았다. 다들 '3차는 기필코 성공하세요'라고만 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게 됐다. 한번 성공해보이는 것이 연구원들에게 자신감을 줄 수는 있다. 국민 자존심도 걸려 있고. 만약 또 실패하면 나도 물러날 것이다."

―나로호 3차 발사에 반대한 이유는?

"나로호에서 기술적으로 더 얻을 게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거기에 더 이상 정력을 쏟지 말고, 빨리 우리 자체 기술의 로켓 개발로 가자는 것이었다. 2021년까지 1단 로켓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1500㎏ 위성을 탑재한다. 이제 막 설계 도면이 나왔다."

―그럼에도 오는 10월이 우리 국민이 우주에 관심을 갖게 되느냐 하는 중대 고비가 될 것이다.

"국민 정서는 나로호에 올인하지만, 사실 올해에만 인공위성 3개를 올린다. 물론 발사체 로켓은 다른 나라 것이다. 다음 달 일본에서 올리는 '아리랑 3호'는 600㎞ 상공을 날면서 초정밀 영상을 찍는다. 2800억원짜리다."

우주 분야에서는 돈 단위가 다르다.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에는 인민의 궁핍한 삶과 상관없이 1조원 이상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