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500만명의 도시국가 싱가포르에는 해외 대학 소속 학생들이 넘쳐난다. 미국 시카고대와 뉴욕대, 프랑스 인시아드 등 미국과 유럽 9개 명문 대학들이 싱가포르에 분교를 운영 중이고, MIT와 스탠퍼드대, 듀크대, 조지아공대, 베이징대, 와세다대 등 13개 대학은 싱가포르 국립대학 등과 '공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대학생(5만여명)중 20%는 외국인 유학생이다. 이는 싱가포르가 지난 1998년부터 내세운 '교육 허브(hub)' 프로젝트의 성과다. 싱가포르 정부는 1998년 "10년 내 세계 유명대학 10개를 유치하겠다"는 WCUP(World Class University Program) 계획을 수립했고, 2002년에는 싱가포르를 세계 교육의 중심으로 육성한다는 '글로벌 스쿨하우스(The Global Schoolhouse)'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질(質) 높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 해외 학생들을 2015년까지 15만명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찬 전략이다.

◇외국대학 유치, 교육부는 빠졌다

싱가포르는 경제 성장과 국가발전을 위해 '교육 허브'를 시작했다고 밝힌다. 해외 유수 대학을 유치하면 우수한 산업인력을 키울 수 있고, 해외 학생들이 몰려들면 국가의 브랜드 가치는 자연스럽게 올라간다는 것이다.

싱가포르의 '교육 허브' 정책은 교육부가 아닌 상공부 산하 경제개발위원회에 의해 추진된 것이 특징이다. 원칙적으로 싱가포르 정부는 외국대학이 '대학' 명칭을 사용하여 분교를 설치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지만, 싱가포르 상공부가 대학을 유치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할 경우 그 대학에 한해 예외적으로 대학 명칭을 사용하도록 허가한 것이다.

또 싱가포르 상공부는 외국대학에 법인세를 면제해주고 보조금을 지원한다. 듀크대에 3억달러, 네바다주립대에 3년간 230만달러, MIT에 7년간 1억달러 등을 싱가포르 정부가 지원해 줬다.

연세대 행정학과 장용석 교수는 "외국대학 유치를 교육적 관점에서 보지 않고 산업적 관점에서 접근한 것이 싱가포르 교육 허브 전략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초·중·고 조기 유학생도 몰려

1998년 미국 MIT, 존스홉킨스 대학을 시작으로 시카고대, 스탠퍼드대, 중국 베이징대, 일본 와세다대 등이 싱가포르에 차례로 둥지를 텄다. 대학에서 시작한 싱가포르 '교육 실험'은 일단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해외 유명 대학들이 들어서자, 초·중·고교에서도 해외 유학생들이 싱가포르로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싱가포르 교민 박춘규씨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중국과 한국, 동남아 우수 학생들이 최근 싱가포르에 유학 온다"며 "국제학교에 입학하려 해도 빈자리가 없어 상당시간 대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 초·중등학생 해외 유학 경향도 영미권 중심에서 최근에는 중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배울 수 있는 싱가포르 유학생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교육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송도 프로젝트는 왜 지지부진

인천 송도국제도시(경제자유구역)도 싱가포르처럼 '글로벌 대학캠퍼스'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2006년부터 추진된 이 사업은 계획만큼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 뉴욕주립대가 처음으로 문을 열었지만(재학생 석사 47명, 박사 7명), 이 역시 당초 계획보다 6개월 늦었다. 인천시는 미국 조지메이슨대가 내년 3월에 문을 열기로 협약을 맺었고, 벨기에의 겐트대, 미국의 유타대 등이 설립 협약(MOU)을 맺어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계획대로 실현될지는 확실치 않다.

이유는 여러 가지이나 한국 정부의 지나친 규제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초반엔 외국인 교수 비율까지 교과부에서 간섭해 한국으로 오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인천시가 외국 대학들과 실효성 없는 협약만 잔뜩 체결해놓고 정작 기업과의 산학협력 등 대학의 구미를 당길 만한 사업은 추진하지 못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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