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PC방에서 일어난 영아 치사·유기 사건은 게임 중독의 폐해와 파편화된 한국 사회의 무관심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지난달 25일 정모(26·여)씨는 일주일째 컵라면만 먹고 송파구 삼전동 PC방에서 온라인 게임 '리니지2'에 몰두하고 있었다. 정씨는 작년 5월 게임 채팅에서 만난 남성과 동거하다가 임신한 상태였다. 정씨가 통증을 느낀 것은 오전 9시 30분쯤. 이미 양수가 터져 흘러내리고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게임에 몰두해 양수가 터진 줄 몰랐다"고 진술했다. PC방의 다른 사람들도 그 사실을 몰랐다. 일주일 동안 PC방에서 생활했지만 임신한 사실을 안 사람도 없었다.

정씨는 아픈 배를 움켜쥐고 PC방 화장실로 달려갔다. 경찰이 PC방 CCTV를 확인하니 정씨는 40분쯤 뒤 화장실에서 나왔다. 정씨는 경찰에서 "화장실에 들어간 뒤 5분쯤 뒤 아기가 나왔다. 태반을 빼기 위해 손으로 탯줄을 잡아당겼다. 아팠지만 당황해서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씨는 화장실 세면대에 비누를 담아놓은 검은색 비닐에 아기를 넣고 봉투를 묶었다. 경찰은 "봉투에 넣을 때 '아기가 꿈틀거리고 있었다'고 정씨가 진술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출산 직후 당황한 상태였지만) 봉투에 넣어 묶으면 아기가 죽는다는 사실을 당시 정씨가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2~3분 내에 아기가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했다. 아기는 현재 부검 중이다.

PC방을 나온 정씨는 같은 건물 모텔 주차장 화단에 아기를 넣은 봉투를 버렸다. 모텔 청소원이 봉투를 발견한 것은 다음날인 26일 오전 8시. 청소원은 같은 건물 1층 마트의 음식물 쓰레기통에 봉투를 버렸다. 청소원은 경찰에서 "음식쓰레기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에 시체 발견 신고가 들어온 것은 유기 이틀 후인 27일 오후 1시. 쓰레기통을 열어본 마트 직원이 발견했다.

경찰에 따르면, 그 사이 봉투를 열어본 주민이 있었다. 이 주민은 경찰에 "애완견에게 먹일 음식물을 찾으려고 쓰레기통 봉투를 열었다가 시체를 발견했지만, 귀찮아질 것 같아서 신고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주민들은 "(아기를 버린 뒤) 엉덩이에 피가 흥건한 정씨가 PC방 주위 거리를 배회했다"고 말했다. 통증으로 괴로워하던 정씨는 길에서 만난 50대 남성에게 이끌려 8일 동안 그의 집에서 머물다가 3일 탐문 수사를 벌이던 경찰에 체포됐다. 이 남성은 "돈이 없어 정씨를 병원에 데려가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정씨를 영아 살해 후 사체 유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정씨는 현재 공공보호시설에서 생활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7개월 동안 동거한 아기 어버지의 인적 사항도 몰랐다. 경찰은 "정씨가 '동거하면서도 그와 게임만 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