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경찰청은 2년 전인 2010년 룸살롱 업주 이경백(40·복역중)씨와 유착했다는 의심을 산 경찰 63명을 수사하고, 감찰로 넘겨 40명을 징계했다. 조현오 서울경찰청장(현 경찰청장)의 지시로 수사한 황운하 경찰청 수사기획관은 5일 "당사자들을 거짓말탐지기로 조사하려 했으나 대부분 거부했고, 통화 위치추적도 했지만 의심스러운 정황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제 식구 봐주기' 부실수사라는 비판에 대한 반론이다.

하지만 본지 취재결과 경찰의 주장과 배치되는 사실들이 드러났다.

①거짓말 탐지기 조사, 하지도 않고…

이씨에게 뇌물 6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1일 구속된 서울경찰청 소속 한모(43) 경사는 2년 전 수사에서 이씨와 1차례 통화한 사실이 적발됐다. 수사결과를 넘겨받은 경찰 감찰팀은 2010년 7월 한 경사에 대한 감찰보고서의 '거짓말 탐지기 조사' 항목에 한 경사가 '동의'했다고 표기했다. 하지만 한 경사는 최근 서울중앙지검 강력부 수사에서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받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경사 말이 사실이라면 경찰 감찰팀이 한 경사에 대해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하지 않고도 조사했다는 식으로 포장했다는 얘기가 된다. 한 경사는 감찰 결과 이씨와 유착관계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문' 처리됐다.

②잘못 걸린 전화 확인에 1분?

더 이상한 건 한 경사와 이씨의 통화 추적 결과다.

한 경사는 2009년 8월 14일 오후 7시 20분쯤 이씨와 한 차례 통화했다. 경찰이 확인한 두 사람의 통화시간은 59초였다. 한 경사는 "부재중 전화가 와 있어서 전화해 보니 잘못 걸린 전화였다"며 "이씨는 모르는 사람"이라고 변명했다. 일반적으로 '모르는 사람이 잘못 건 전화'를 확인하는 데는 10~20초 정도면 족하다. 그런데 경찰은 1분 가까이 '잘못 걸린 전화'를 확인했다는 한 경사의 지극히 엉성한 변명에 속았다고 하고 있다.

③통화 추적 눈감고 했나

경찰은 2년 전 수사와 감찰에서 한 경사와 이씨가 통화한 날(2009년 8월 14일) 오후에 이씨와 통화한 경찰관이 더 있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혜화경찰서 관할 지구대 소속인 박모 경사는 이날 경기 남양주의 비전힐스 골프장에서 이씨와 통화했다. 골프라운딩을 함께한 것이다. 박 경사는 이씨와 10차례 더 통화해 경징계를 받았다.

그런데 검찰 수사결과 한 경사도 이날 이씨, 박 경사와 함께 골프를 친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가 두 사람에게 골프 '게임비(내기 종자돈)'로 100만원씩 나눠줬다고 한다.

경찰은 한 경사가 골프를 친 사실을 밝혀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씨와 한 경사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통화한 것까지는 확인했다. 검찰은 두 사람이 골프라운딩 후 삼성동으로 추정되는 뒤풀이 약속 장소로 각자 이동했다가 서로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통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이 감찰 대상자들의 통화 추적을 제대로 했다면 못 밝힐 것도 없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