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개발한 차세대 디스플레이(TV나 스마트폰의 화면) 핵심 제조 기술을 빼돌린 혐의로 삼성의 전·현직 연구원 6명과 LG의 팀장·임원 5명 등 11명이 경찰에 입건됐다.

경기경찰청은 5일 삼성그룹 디스플레이 부문 계열사인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에서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AM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제조 기술을 빼돌린 혐의로 SMD 전 수석연구원 조모(46)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나머지 10명은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AMOLED는 갤럭시S 등 고가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현재 TV나 컴퓨터 모니터에 주로 사용되는 LCD(액정화면)에 비해 화질이 훨씬 선명하고 두께도 얇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2010년 8월 모 인력 스카우트 업체 관계자와 함께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 인사팀장을 만났으며 AMOLED 개발팀원 5명과 함께 LG디스플레이로 이직하기로 했다. 조씨 자신이 임원 대우를 받는 조건이었다. 조씨는 2010년 11월 SMD를 그만뒀고 이후 LG디스플레이의 협력업체인 Y사를 통해 LG디스플레이에 AMOLED 제조 기술을 넘겨주고 컨설팅비 명목으로 1억9000만원을 받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조씨는 그러나 당초 기대와는 달리 LG디스플레이의 임원으로 채용되지 못했다. 경찰은 조씨가 LG디스플레이로 이직하지 못하자 중국의 모 디스플레이 업체에 유사한 방식으로 기술을 빼돌리려 했다가 적발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조씨와 함께 적발된 전 SMD 연구원 박모(40)씨 등 3명은 작년 SMD를 퇴사해 LG디스플레이로 옮긴 뒤 AMOLED 제조 공법을 누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또 현직 SMD 연구원 강모(35)씨 등 2명은 AMOLED 개발 진행 사항을 이메일과 문자메시지를 통해 LG디스플레이로 이직한 연구원들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현행법상 직장을 옮기더라도 전직장에서 알게 된 영업 비밀을 누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LG디스플레이 측은 "경찰이 조씨로부터 받았다고 주장하는 자료는 AMOLED 분야의 엔지니어라면 인터넷이나 세미나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조씨로부터 어떠한 기술 정보도 넘겨받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삼성도 우리 회사 직원을 수십명씩 스카우트했으면서 우리가 스카우트하는 것은 문제 삼고 있다"고 말했다.

☞ AMOLED(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

LCD TV를 분해해보면 화면 뒤편에 소형 형광등이 깔려 있다. 이 형광등이 빛을 쏘아줘야 각종 영상이 LCD 화면에 나타난다. AMOLED는 형광등 같은 광원(光源)이 없이 화면 스스로가 빛을 낸다. 따라서 기존 LCD 화면보다 더 얇게 스마트폰이나 TV를 만들 수 있고 에너지 효율도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