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지만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기장(코스 길이)'만 길어졌지 달라진 게 없어요. 제 열망도 달라진 게 없고요."

마스터스 개막을 사흘 앞두고 2일 오전 8시 30분(현지 시각)부터 5시간 가까이 걸린 18홀 연습 라운드를 마친 최경주(42)는 연신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수건으로 닦았다. 코스를 따라 '조지아 파인'이라고 불리는 소나무가 늘어서 있고, 코스 높낮이가 심해 한국 골퍼들에게 친숙한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선 솔향기가 은은하게 풍겼다.

올해 마스터스는 '탱크' 최경주의 10년 연속 도전이다. 현장에서 본 최경주의 훈련 방식은 '실전에서 발생 가능한 모든 샷을 미리 해보자'는 것처럼 보였다.

다른 선수들보다 훨씬 더 많은 벙커에 공을 집어넣고 샷을 해보았고, 그린을 한 바퀴 돌다시피 하면서 어프로치 샷과 퍼팅을 했다. 대입 수험생으로 치면 다른 학생이 연습문제 100개를 풀 때 자신은 1000개를 풀어보겠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의 자세에선 절실함이 느껴졌다.

특히 작년 대회에서 보기를 해 우승 기회를 놓치게 된 13번홀(파5)의 그린 뒤 왼쪽 둘째 벙커에선 좀처럼 나오질 않았다. 캐디 앤디 프로저(60·스코틀랜드)가 "KJ(최경주의 영문 이니셜), 올해는 그쪽으로 공이 안 들어갈 테니 그만 좀 해" 하고 말릴 정도였다. 프로저는 작년에 체력 부담을 이유로 은퇴했다가 최경주가 "메이저 우승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강력히 요청해 지난 대회부터 다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최경주는 "미스 샷이 나온 곳은 한 번쯤 또 공이 가는 만큼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골프 인생 마지막 목표를 메이저 우승으로 삼는 최경주에게 마스터스는 여러 차례 우승 문턱까지 가본 곳이다.

2003년 처음 도전장을 내밀어 공동 15위에 올랐던 그는 2004년 아시아 선수로는 역대 최고 성적으로 남아있는 3위에 올랐다. 2010년 공동 4위, 2011년 공동 8위 등 마지막 라운드 중반까지 우승 경합을 벌이다 아쉽게 물러났다.

최경주는 "운(運)으로 되는 것은 없고, 말도 안 된다"며 "지난 8주간 마스터스만 염두에 두고 신체 리듬을 준비해왔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에는 최경주와 양용은(40), 배상문, 김경태(26), 나상욱(29) 등 코리안 브러더스 5명이 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