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최대 이슬람 단체인 무슬림형제단이 대선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약속을 깨고 다음 달 대선에 조직 내 2인자인 카이라트 알 샤테르(62·진)를 출마시키기로 했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이집트 의회 전체 의석의 절반을 장악한 무슬림형제단의 위상과 대중적 인기 등을 감안할 때 샤테르는 현재 이집트 대선 경쟁에서 사실상 선두주자라고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샤테르는 이집트의 대표적인 백만장자 기업인이자 사실상 무슬림형제단을 장악하고 있는 인물이다.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나 알렉산드리아대 공대를 졸업한 뒤 한때 교수로 일하기도 했다. 1970년대부터 무슬림형제단에 몸담은 뒤 여러 차례 투옥과 석방을 반복하며 12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그는 무슬림형제단 조직원들을 자신의 회사에 취직시키는 방식으로 조직 안에서 자신의 충성 세력을 구축했다고 이집트 현지 언론 아흐람온라인이 전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무슬림형제단의 재정 부문을 관장하면서 조직의 자금줄을 장악했다. 샤테르는 지난 2006년 돈세탁 혐의로 투옥됐다가 지난해 민주화 시위로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축출된 직후 풀려났다. 이후 그는 무바라크 하야에 따른 권력 이양 과정을 둘러싸고 군부와 협상을 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샤테르의 대선 출마로 무슬림형제단과 현재 권력을 쥐고 있는 이집트 군부와의 갈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무슬림형제단의 독주를 우려하는 세속 정당들의 견제도 강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과정에서 위협을 느낀 군부가 순순히 정권을 내놓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샤테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이집트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 및 이스라엘과 불편한 관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무슬림형제단을 불법 정치 단체로 규정하며 정치 참여를 막았던 무바라크 정권은 친미정책을 펴고 이스라엘과 평화 협정을 유지하는 등 협력을 강화해 왔다. 그러나 무슬림형제단이 의회 장악에 이어 대통령까지 배출할 경우 범아랍권과 연대하면서 서방 및 이스라엘에 대립각을 세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