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봄, 이경백(40·복역 중)씨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씨는 당시 서울 북창동과 강남 일대에서 유흥업소 17곳을 운영하며 업계에서 '룸살롱 황제'로 통하던 사람이다.

"서울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계의 이○○ 경사인데, 사건이 있던데 한번 봅시다."

"그러자"는 이씨의 말에 따라 이 경사는 이날 저녁 이씨가 운영하는 서울 강남의 룸살롱으로 향했다. 동료 경찰 1명을 데리고서였다.

이 경사는 이 자리에서 "첩보가 있다"며 이씨가 운영하는 룸살롱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말했고, 이씨는 '인사를 할 터이니 도와달라'는 취지로 '화답'했다고 한다.

이씨의 '경찰 상대 로비 리스트'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이 경사와 이씨가 '강남 룸살롱 모임'을 계기로 돈과 향응을 주고받은 혐의를 밝혀내 이 경사와 한모 경사 등 경찰관 4명을 1일 구속했다.

이씨가 경찰관들에게 제공한 금품과 향응은 돈으로 따지면 2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이씨의 측근은 이날 본지와 만나서도 "이 경사는 2007년 첩보 운운하면서 먼저 이씨를 찾아와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경사 등은 2~3명 단위로 조를 짜서 이씨를 만났고, 매달 상납금과 명절 인사비 명목으로 한 번에 500만원씩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경찰관들에게 돈만 준 것이 아니라 프로 골퍼에게 골프 레슨을 받는 비용까지 제공했다.

검찰은 최근 압수수색 과정에서 한 경사의 승용차에서 아르마니·에르메스·몽블랑 등 최고급 명품 수십점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 경사의 집에서는 고급 외제차 2대, 매달 수십만~수백만원씩의 현금 입출금 내역이 담긴 차명(借名) 계좌도 나왔다.

그러나 명품을 압수당한 한 경사는 검찰에서 "모두 가짜다. 돈도 받은 일 없다"고 했고, 이 경사는 "외제차는 장인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티칭 프로에게 레슨을 받게 해준 것뿐만 아니라, 골프 접대도 확실히 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검찰은 이 경사 등이 평일을 포함해 매주 1~3차례 국내 골프장을 다녔고, 4명이 한 조를 짜서 여러 차례 휴가를 내고 동남아시아로 골프 외유를 나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경사 등은 골프 비용을 현금으로 지출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 돈이 이씨나 또 다른 유흥업소 업주로부터 나온 것이 아닌지 수사 중이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서울지방경찰청장 시절이던 2010년 초 이경백씨가 경찰관들에게 뇌물을 뿌렸다는 의혹이 일자, "통화한 사실을 고백하면 불문에 부치되, 그렇지 않으면 엄벌하겠다"며 경찰에 '고백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고백하지 않았던 한 경사는 감찰에서 지난 2009년 8월 이씨와 남양주의 골프장에서 통화한 내역이 적발되자 "잘못 걸려온 전화였고, 이경백은 모른다"고 해 징계를 받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