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최금락 홍보수석은 불법 사찰 사건과 관련, "검찰 수사를 통해 진상이 명확하게 규명되기를 희망하며 수사 결과 책임질 일이 있으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가 검찰 수사에 걸림돌이 되거나 부실 수사 책임이 있는 관련자들을 해임하라고 주장한 데 대해 청와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검찰이 2010년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을 수사할 때 개입해 사건을 은폐·축소하려 했다는 폭로가 이어졌다.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공개한 녹취록에는 장씨의 변호사가 2010년 10월 1심 재판을 앞둔 장씨에게 "우리의 공통 이해관계는 사건을 축소하면 할수록 좋다는 것이다. 지금 검찰이 수사가 다 돼서 수사를 그만둔 게 아니잖으냐. 억지로 수사를 그만 좀 해달라고 해서 수사 검사들이 심통이 나 있는데 당신이 (증거 인멸 배후에 관한) 새로운 진술을 해서 사건이 커지면…"이라고 한 내용이 들어 있다. 청와대가 나서서 불법 사찰에 대한 검찰 수사를 간신히 중간에서 그만두게 했는데 장씨가 증거 인멸의 배후 인물을 털어놓으면 다시 수사가 진행되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녹취록에는 청와대가 변호사 비용도 대준 것으로 돼 있다.

장씨가 공개한 녹취록엔 최종석 청와대 행정관이 장씨에게 사찰 기록이 담긴 하드디스크 폐기를 지시하면서 "검찰이 하드디스크 폐기를 문제 삼지 않기로 민정수석실과 다 얘기가 돼 있다"고 말한 것으로 나온다. 장씨와 국무총리실 관계자의 대화 녹취록에는 이 관계자가 장석명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으로부터 5000만원을 받아 장씨에게 증거 인멸 배후 입막음용으로 건넸다는 내용도 있다. 장씨는 장석명 비서관이 자기 부부에게 일자리를 알선했다는 사실도 털어놓았다.

대검은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특검이나 특별수사본부 설치를 주장하자 1일 "사즉생(死則生)의 각오로 성역 없는 수사를 진행해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했다. 검찰이 2010년 이 사건을 무능하고 부실하게 수사할 당시 청와대 비서실에 근무하면서 증거 인멸의 배후를 감추거나 검찰 수사를 직·간접적으로 가로막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사들이 아직 그대로 검찰에 있다. 이 상황에서 검찰이 죽을 각오로 수사를 한다 해야 누가 수사를 믿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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