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안(童顔)을 활용한 미국 경찰관의 드라마 같은 언더커버(undercover·잠입) 활약상이 미국에서 화제다. 주인공은 캘리포니아주(州) 엑시터 경찰서 마약단속반의 알렉스 살리나스 경관.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28일 스물두 살의 신참 살리나스가 8개월간 학생으로 위장하고 고등학교에 잠입해 고교생 마약조직을 소탕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8월 경찰 학교를 갓 졸업한 살리나스는 엑시터서(署)에 배치되자마자 고교 잠입 작전에 투입됐다. 나이에 비해 유난히 동안인 살리나스가 작전의 적임자로 발탁된 것이다. 살리나스는 최근 마약 문제가 만연한 것으로 알려진 관내 엑시터유니온 고교에 '자니 라미레스'란 이름으로 '전학'했다. 학생 수 1000명 규모의 이 학교에서 오직 교장, 교감, 담당 카운슬러만이 그의 진짜 정체를 알았다.

오랜만에 학교로 돌아가 의욕이 넘친 살리나스는 초반 성적표에 A 학점만 받았다. "이렇게 해선 문제 학생들을 만날 수 없다"고 판단한 그는 자신이 "다른 학교에서 퇴학당한 문제아"라고 소문을 내고 일부러 숙제를 안 하거나 선생님에게 대드는 등 삐딱하게 행동했다. 그러자 슬슬 불량학생들이 같이 마약을 하지 않겠느냐며 접근해왔다. 8개월간 코카인·마리화나·환각제 등을 유통하는 학생 마약조직의 몸통에 천천히 다가갔다.

조직의 규모와 멤버들을 완전히 파악한 살리나스는 지난 14일 단속반을 이끌고 조직원들을 급습해 13명을 체포했다. 작전 당시 제복 입은 살리나스의 모습을 본 '동급생'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경찰서 복귀 후 살리나스는 "일부 착한 학생들과 친구를 맺는 과정에서 계속 거짓말을 해야 했기 때문에 마음이 불편했다"고 말했다. 매일 저녁 경찰 보고서와 학교 숙제를 같이하는 것도 고역이었다고 밝혔다. 전학 첫날 그의 정체를 모르는 교사가 "새로운 스파이가 잠입했군"이라고 농담을 했을 때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던 경험도 털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