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에 근거를 둔 범죄수사는 근절돼야 한다. 단지 후드티를 입었다고 해서 범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28일 오전(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의 하원의회 회의실에서 바비 러시 민주당 하원의원이 연단에 섰다. 연설 도중 양복 재킷을 벗자 안에 입고 있던 모자 달린 후드티가 드러났다. 그는 모자를 뒤집어쓰더니 안경을 벗고 선글라스를 꼈다. 그가 이 상태로 연설을 이어가자 회의를 진행하던 공화당 소속의 그레그 하퍼 의원이 의사봉을 두드리며 연설을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하원의 복장규정을 위반했다는 게 이유였다. 결국 러시 의원은 의회 소속 경비원들에 의해 연단에서 강제로 내려왔다.

러시 의원이 이날 후드티를 입고 연단에 선 것은 최근 미국 사회에서 큰 논란을 빚고 있는 흑인 청년 트레이본 마틴(17) 살해 사건 때문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 사회에 잠재해 있는 흑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에 경종을 울리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 젊은이(트레이본 마틴)는 피부색 때문에 총을 쏜 이의 먹잇감이 됐다"며 "이런 유형의 폭력이 미국 거리에서 너무 자주 반복된다"고 말했다. 러시 의원도 지난 1999년 거리에서 총격으로 아들을 잃었다. 당시 그의 아들을 쏜 이는 무장강도였다.

바비 러시 민주당 하원의원이 28일 워싱턴 하원의회 회의실 연단에서 연설 도중 양복 재킷을 벗고 안에 입고 있던 후드티의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다. 러시 의원은 최근 미국 사회에서 논란을 빚고 있는 흑인 청년 살인 사건을 계기로 흑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이 같은 복장을 했다고 밝혔다. 러시 의원은 미 의회의 복장 규정을 위반해 연설을 마치지 못하고 경비원들에 의해 강제로 연단에서 내려왔다.

플로리다주(州)에 거주하던 마틴은 지난달 26일 편의점에 들렀다 귀가하는 길에 히스패닉계 백인 자경단원 조지 짐머맨(28)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짐머맨은 신변의 위협을 느껴 총을 쐈다고 주장했지만 조사 결과 그가 위협을 느꼈을 만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경찰이 짐머맨의 자위권을 인정해 체포도 기소도 하지 않자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사망 당시 마틴이 후드티에 달려 있는 모자를 쓰고 선글라스를 착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미국 전역에서 시민들이 후드티를 입고 이 사건의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결국 짐머맨에 대해 살인 혐의로 검찰에 체포 영장을 신청했다고 마이애미 헤럴드가 지난 27일 보도했다.

이날 러시 의원이 연설 도중 끌려나온 것은 미 하원의회 복장 규정을 위반한 데 따른 것이다. 하원 복장규정은 회기 중 의원이 의회 내 회의실에서 모자를 쓰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러시 의원의 연설을 중단시킨 하퍼 의원은 "의회법 17조 5항은 의회 회기 중에 회의실에서 모자를 쓰는 것을 금지한다. 후드티에 달린 모자를 쓰는 것도 이에 해당하기 때문에 (모자를 쓴) 의원은 모자를 벗거나 회의실에서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내가 초선의원이었을 때는 (여성의원이) 의회에서 바지를 입는 것도 금지됐었다"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8일 전했다. 미 상원에는 모자와 관련한 복장규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