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북스 제공

"오랫동안 고민해오다 '희랍인 조르바'를 읽고 결단을 내렸으니, 조선일보가 내 인생 책임져요!"

문화심리학자 김정운(50·사진)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가 최근 학교에 사표를 내고 '자유'를 선언했다. 본지가 명사 101명이 엄선한 우리 시대의 고전(古典)을 매주 한 권씩 소개하는 '101 파워클래식'의 소설 '희랍인 조르바' 독후감을 의뢰받은 김 교수는 "책을 읽다가 느닷없이 다가온 '자유'라는 조르바식 질문에 견디다 못해 며칠 전 학교에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폭탄 선언'이 담긴 원고를 29일 보내왔다.

일본에 머물고 있는 김 교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특유의 명랑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은 김 교수는 "후회 안하는가" 하는 물음에 "아, 후회하고 있지. 그러니까 내 원고 빨리 내보내요!" 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이 나이에 '희랍인 조르바'를 다시 읽는 게 아니었다."

김 교수의 '희랍인 조르바' 독후감은 이렇게 시작한다. "지난 며칠동안 난 이 책을 손에서 놓질 못하고 무척 괴로워했다. 이 느닷없는 '자유'에 대한 망상 때문이다.(중략) '희랍인 조르바'의 감동은 명확하다. 도대체 '내켜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있느냐는 본질적인 질문이다. 그러고보니 지금까지 난 '교수'를 내켜서 한 게 아니다. 학생들 가르치는 일이 그토록 '내키질 않아' 매번 신경질만 버럭버럭 내면서도 '교수'라는 사회적 지위의 달콤함에 지금까지 온 거다."

올해 쉰살이 된 김 교수는 "더 늙으면 새로운 걸 시작하는 게 힘들어지고 비겁해지니까 더 늦기 전에 결단을 내렸다"며 "오랫동안 고민했는데 소설이 마음을 굳히는 결정적인 도화선이 됐다"고 했다.

"다음주에 이사장과 면담하기로 했는데, 이미 마음으론 끝났어요. 면담 전에 신문에 내 글이 나가야 돼요. 일종의 '자기 강제' 효과인 거지. 더 이상 빼도 박도 못하게."

'노는 만큼 성공한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에 이어 최근 펴낸 '남자의 물건'도 이미 베스트셀러가 됐고, 언변이 좋아 '강연 섭외 1순위'로 꼽히고 있는 김정운 교수. "나로선 교수로서 누렸던 많은 것들을 버리는 거예요. 마누라는 이제 월급 안 들어오냐고 하는데, 연금도 포기한 건데…"라는 김교수는 벌써 사직 이후 계획을 많이 세워놨다. 일본에 1년간 머물며 디자인과 놀이학에 관한 책을 쓸 예정이다.

[☞명사 101명이 추천한 파워클래식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