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시·도지사협의회가 29일 "정치권이 지방 재정 형편을 감안하지 않고 영유아 무상 보육 사업을 무계획적으로 확대하는 바람에 비용의 40~50%를 부담해야 하는 지방 재정의 압박으로 그 사업을 6~7월이면 중단할 수밖에 없다"면서 "전액 국비(國費) 사업으로 전환하라"고 촉구했다.

여야 정치권은 작년 12월 31일 0~2세 보육비 지원을 기존의 '소득 하위 70%까지'에서 '전 계층'으로 확대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소요 예산 7000억원 가운데 3280억원을 지자체가 부담하도록 떠넘겼다. 그러나 지방의회들은 국회 예산안 통과에 앞서 '0~2세 하위 70%에 한해' 보육비를 지원하기로 한 예전 정책을 전제로 예산안을 미리 통과시켰다. 따라서 지자체들은 다른 사업을 포기하지 않는 한 보육 추가 부담액 3280억원을 만들어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야당이 무상 급식 공약으로 재미를 봤던 2010년 6·2 지방선거 이후 '무상 보육 열풍'이 불었다. 정부는 그해 9월 한나라당의 '70% 복지' 구호에 맞춰 소득 하위 50%까지만 전액 지원되던 0~5세 보육비를 하위 70%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질세라 민주당은 2011년 1월 '3+1 복지(무상 급식·의료·보육+반값 등록금)'를 들고나오면서 '0~4세는 하위 80%, 5세는 전체 가정'에 보육료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자 정부 여당은 만 5세에 대해 2012년부터 보육료를 전액 지원하겠다면서 민주당 안을 뒤쫓아갔다. 이어 여야는 12월 31일 당초 계획에 없던 '0~2세 전 계층 지원'을 위한 예산을 통과시켰다. 결국 무상 보육은 3~4세만 빼놓고는 '여당 70%→야당 80%→여야 합작 100%'로 확대돼왔고, 정부 보육 예산은 2008년 2조2300억원에서 5조6500억원으로 2.5배 이상 늘어났다.

정치권의 보육 선심 경쟁의 짐은 그 부담의 절반 가까이를 짊어져야 하는 지자체 어깨에 그대로 얹혔다. 서울 강동구는 전체 예산 3035억원 가운데 매칭펀드 방식으로 나가는 복지 예산이 41.2%인 1251억원에 달해 2009년부터 지으려던 건평 2644㎡의 노인 요양원 건립 계획을 접어야 할 판이다. 정치권이 표수(票數)가 많은 젊은 부부들 비위를 맞추려고 노인 복지를 걷어차버린 셈이다.

그런가 하면 0~2세 아기를 둔 전업주부들이 올해부터 보육비가 공짜인 어린이집에 몰리는 바람에 정작 보육 지원이 필요한 맞벌이 부부들은 어린이집 자리를 못 구해 안절부절못한다. 3~4세 아이를 둔 소득 상위 30% 가정에선 "왜 우리는 보육비를 못 받느냐. 우린 다른 나라 국민이냐"고 항의하고 있다. 그러자 여야는 다시 총선 공약으로 3~4세 상위 30% 가정은 아이를 집에서 돌볼 경우 양육수당을 주겠다며 달래기에 나섰다.

무상 보육 확대 추세는 한쪽 정당이 하나를 약속하면 다른 정당에서 거기에 또 하나를 얹어 약속하는 '상대방 어깨 짚고 올라타기' 식이다. 선거판 복지 정책 발표 경쟁이 무허가 주택 짓는 이런 식으로 가다간 지자체 재정뿐 아니라 중앙정부 재정을 거덜내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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