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부산 북구 화명동 롯데마트 앞. 새누리당 로고가 새겨진 빨간색 점퍼를 입은 부산에 출마한 새누리당 후보들 사이에 흰색 점퍼를 입은 사람이 박근혜 선거대책위원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무성 의원이었다. 한때 친박(親朴) 좌장에서 비박(非朴)계로 돌아섰던 그는 이번 총선 공천에서 탈락할 위기에 처하자 지난 12일 '백의종군'과 함께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었다. 주변 사람들이 "백의종군을 하니 흰색 점퍼를 입었나"라고 농담을 해도 김 의원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10여분 뒤 박 위원장이 도착했고 김 의원은 총선 출마자들 옆에 서 있다 박 위원장과 악수를 했다. 박 위원장은 "애를 많이 써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했고, 김 의원은 "예"라고 짧게 말했다. 이후 김 의원은 내내 박 위원장과 함께 다녔다. 김 의원은 기장시장 내 식당에서 상인들과 점심을 함께 하는 동안 찐 게 껍데기를 까서 박 위원장에게 건네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김 의원이 참 어려운 결단을 하셨다. 부산 사나이다움을 보여주셨다"고 했다.
부산의 친박 중진들은 박 위원장과 김 의원의 화해를 위해 애썼다. 친박계의 서병수 의원은 오찬장에서 "김무성 선배가 큰 힘이 돼 줬다"고 했고, 유기준 부산시당위원장이 김 의원을 앞으로 이끌어 박 위원장과 손을 맞잡게 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박 위원장과 정치적으로 화해한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박 위원장과 (앙금은) 다 털었다. 그렇게 봐도 좋다"고 했다. 실제 2009년 5월 친이계가 김 의원을 원내대표에 추대하려 하자 박 위원장이 반대해 무산된 걸 계기로 두 사람은 정치적으로 갈라섰다. 김 의원은 이듬해인 2010년 친이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원내대표에 당선됐었다. 이날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본 친박 인사들은 "2년 반 만에 두 사람이 정치적으로 화해를 한 것 같다"고들 했다.
부산에서 4선을 한 김 의원은 당초 탈당 후 무소속 출마가 예상됐지만 "우파 분열을 원치 않는다"며 당 잔류를 선언했다. 김 의원은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직 제안을 받았으나 고사했고 아무런 당직을 맡지 않은 채 부산지역 선거를 사실상 진두지휘하고 있다고 한다. 만일 그가 4월 총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앞세운 야권의 공세에서 부산을 지켜내는데 공을 세우면 총선 뒤 새 지도부 구성 때 역할을 할 것이라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박근혜 위원장은 이날 오전 부산 방문에 앞서 가진 총선 중앙선대위 첫 전체회의에서 "야당은 이번 총선을 '1% 대 99%'의 대결로 몰아가고 노골적으로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며 "새누리당은 '100%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총선은 과거로 회귀냐, 미래로의 전진이냐의 갈림길에서 이념과 갈등, 말 바꾸기의 과거에서 벗어나 미래로 가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지금 야당은 철 지난 이념에 사로잡혀 국익을 버리고 나라를 혼란으로 몰아가고 있다"면서 야권 연대를 겨냥해 "야당은 한미 동맹과 재벌 해체를 주장하는 정당과 손잡고 자신들이 추진한 한미 FTA와 제주해군기지 건설도 모두 폐기하고 있다. 이들이 다수당이 될 때 어떤 일이 벌어지겠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