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수현(24). 요즘 그의 이름 세 글자만 발음해도 여자들은 "꺅!" 외마디 비명부터 지른다. 그가 주인공 '훤'을 연기했던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은 지난 15일 종영했지만, 그의 인기는 여전히 막 쏘아 올린 화살과도 같다. 최근 찍은 TV 광고만 15개, 여기에서 벌어들인 수입만 50억원을 넘는다고 한다. 극중 '사랑한다'는 의미의 고백 "감히 내게서 멀어지지 마라"는 유행어가 된 지 오래. 김수현을 20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지금의 인기가 불안하진 않은지.

"2007년 시트콤 '김치치즈스마일'로 데뷔한 이후 불안하지 않은 때가 없었다. 연기를 더 잘하고 싶어서 늘 불안했고 초조했다. 갑작스러운 인기가 어리둥절하긴 하지만 불안이 새삼스럽진 않다."

―어릴 땐 심장질환을 앓았고, 연기를 시작한 건 지나치게 내성적인 성격을 고치기 위해서였다던데.

"오래 아팠던 탓에 초등학교 땐 우울증도 겪었다. 수술로 회복하고서도 소심한 성격을 버리진 못했다. 낯선 사람하곤 눈도 못 마주쳤다. 여자랑은 특히 더. 부모님이 모두 일을 하셔서 집에선 줄곧 혼자였다. 홀로 TV 보고 밥 먹고, 놀이터에서도 혼자 노는 데 익숙했다. 그런 외아들이 걱정됐는지 엄마가 '수현아, 너 연극해볼래?' 했다. 치료하는 심정으로 연세극예술연구회에 들어가 공연했다. 첫 작품이 '한여름 밤의 꿈'이다."

―그렇게 시작한 연기가 적성에 맞았나 보다.

"첫 무대 끝나고 박수받던 순간을 기억한다. 사람들이 환호하는 모습, 조명, 열기…. 꿈을 꾸는 것 같았다. '나, 연기해야겠다'라고 생각했다. 하고 싶은 것도, 욕심도 없던 10대 소년에게 갑자기 그렇게 목표가 생겼다."

―하지만 연기가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을 텐데. 처음부터 쉬웠을 리도 없고.

"2008년 드라마 '정글피쉬1' 출연할 때 제작발표회에서 내가 연기한 걸 보는데 정말 창피했다. 감독님과 스태프가 고생한 작품을 나 때문에 망치면 어쩌나 겁이 나서 울어버렸다. 당시엔 외모에도 불만이 많았다. 뭔가 좀 바보처럼 생긴 것 같아서….(웃음)"

웃어 달라는 주문에 김수현은 카메라 앞에서 노래를 불렀다. “됐어요? 더 할까요? 랄라라.”그가 장난을 치자 사진 기자도 웃으면서 셔터를 눌렀다.

―그걸 훌쩍 넘은 순간은 언제였나.

"2009년 드라마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에서 고수형 아역 '차강진'으로 나왔을 때. 처음으로 내가 맘에 들기 시작했다. 밥 못 먹고 잠 못 자고 친구들과 못 놀아도 좋았다. 연기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엔도르핀이 돌고, 행복해서 웃음이 났다. "

―'드림하이'와 '해품달'에선 어땠나.

"'드림하이'의 송삼동과 '해품달'의 훤은 여러모로 나랑 너무 다르다. 난 삼동이처럼 순수하고 즉흥적인 성격이 아니다. 본능적으로 반응하고, 속에 있는 말을 그대로 하는 법을 삼동이를 통해 처음 배웠다. 훤은 나보다 영악하고 영리하고 정치에 능한 사람이다. 삼국지 속 조조를 세밀하게 그린 만화 '창천항로'를 열심히 참고했다. 작품 들어가기 전까지 어떤 톤으로 말하고, 어떻게 움직일까 꼼꼼히 고민했다."

―'해품달' 중 가장 맘에 든 장면은.

"중전인 보경에게 '오늘 중전을 위해 내가 옷고름 한번 풀지'라고 말하는 장면. 솔직히 내 나이와 안 어울리는 대사라서 찍기 전 긴장했지만, 막상 촬영이 시작되자 편하게 몰입했다."

―촬영장 '분위기 메이커'였다던데.

"촬영장이 즐거워야 나도 연기를 잘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일부러 더 장난치고 흥을 돋우려고 노력한다."

―광고만 15개를 찍었다. 이미지가 너무 소비되면 배우로선 안 좋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일단 부딪혀 보려 한다. 난 아직 어리고 기회가 이제 막 왔으니, 앞날을 미리 계산하면서 할 일을 미루고 싶진 않다."

―배우 아닌 '청년 김수현'은 어떤 사람일까.

"기다려볼 만한 사람. 배용준 선배가 '배우는 외로운 직업'이라고 했다. 난 기다리는 데도, 외로움에도 익숙하다. 성실하게 준비하고 도전하려 한다. 이제 막 도움닫기를 했으니 결승선에 닿을 때까진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