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가 총선 후보 등록 시한을 3시간 앞둔 23일 오후 3시 국회 기자회견장에 나타났다. 지난 주말에 실시된 서울 관악을 야권 후보 단일화 여론조사 경선에서 자신의 보좌관이 연령 조작을 지시한 사건이 드러난 이후 이 대표는 안팎에서 후보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날 오전까지도 "오후에 총선 후보 등록을 하겠다"고 했었다. 이 대표는 총선 출마자는 장애·성(性) 평등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는 통합진보당 당헌에 따라 이날 오전 두 시간 동안 교육을 받았다. 그랬던 이 대표였지만 결국 막판에 후보 사퇴를 결심했다. 당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나도 3분 전에 알았다"며, 이정희 대표가 전적으로 홀로 내린 결단이라고 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애써 만들어온 통합과 연대의 길이 저로 인해 혼란에 빠졌다. 몸을 부숴서라도 책임지는 것이 마땅하다"며 후보 사퇴를 선언했다. 여론조사 조작 사실이 확인된 지 약 70시간 만이다.

이 대표가 막판에 마음을 바꾼 것은 당 내부에 광범위하게 번진 사퇴론의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 총선 출마자들 사이에선 "바닥 민심이 흉흉하다. 이대로는 원내교섭단체(20석)는커녕 10석 건지기도 힘들다"는 목소리가 공공연히 나왔다. 민주당은 또 다른 여론조사 오류 논란이 빚어진 안산 단원갑 경선 패배를 깨끗이 인정하고, 통합진보당이 관악을에서 대타 후보를 낸다면 그를 '단일 후보'로 인정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야권 관계자는 "시간을 너무 오래 끌었다"며 "이번 사건으로 도덕성에 큰 흠집이 나버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전날 인터넷 방송에서 그가 속한 계파인 '경기동부연합'을 모른다고 말했는데, 이를 두고도 "(가수) 소녀시대가 (소속사 사장인) 이수만을 모른다는 것과 같다"는 비아냥이 쏟아지고 있다. 후보 사퇴에도 불구하고 그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