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규제가 강화되면서 국제 대형은행이 덩치 줄이기에 나섰지만, 반대로 아시아 은행들은 덩치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 최근 아시아의 한 은행업계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대략 96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이 매물로 나와있다고 전했다. 이 매물 중 대부분은 덩치를 줄이라는 압박을 받는 유럽 은행들이 내놓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유럽은행들은 새로운 시장의 성장성을 보고 아시아지역 투자를 핵심 전략으로 삼아왔다. 최근 3년 간 아시아지역의 은행업 규모는 매년 평균 9%씩 안정된 성장률을 보였다. 그러나 계속되는 유럽 국가의 재정위기로 모국의 기반이 흔들리는데다 국제 금융규제도 강화되자, 다양하게 넓혀 둔 사업부문을 정리에 들어가는 은행들이 많아진 것이다. 이 기회를 틈탄 아시아 지역 금융회사들은 사업확장의 기회가 열렸다며 활발한 인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네덜란드 ING그룹의 아시아지역 생명보험·자산운용 부문 매각이다. EU 집행위원회의 생명보험업무 축소 권고에 ING가 내달 중 아시아지역의 생명보험·자산운용 부문 매각작업을 공식적으로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금융사의 발걸음도 바빠지고 있다. 홍콩의 AIA그룹과 일본 투자가는 물론, 우리나라의 KB금융지주와 삼성생명보험 등이 ING 생명보험 인수전에 뛰어들 전망이다.
최근 지역별로 부진한 업무 정리에 나선 HSBC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소매금융사업 매각에 대한 논의를 산은금융지주와 진행하고 있다. 태국의 아유타야 은행에 HSBC의 태국 내 소매사업과 자산운용 사업부문을 매각하는 작업도 막바지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회생한 RBS(스코틀랜드왕립은행) 그룹은 2009년부터 각종 비핵심 사업부문 매각에 착수했고, 여기에는 아시아 지역 금융회사가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일본의 대형 은행그룹인 스미토모 미쓰이는 RBS의 항공 임대사업을 72억 달러에 인수했고, 앞으로도 수천억엔을 해외 자산에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블룸버그는 스미토모 미쓰이 그룹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유럽 은행들로부터 960억 달러 규모의 자산·사업 인수제의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 외에 스미토모 미쓰이 보험은 인도네시아의 시나르 마스 그룹 생명보험부문 지분 50%를 8억1500만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말레이시아의 CIMB그룹은 RBS의 아시아 지역 현금증권, 주식자본시장, 기업금융 부문을 인수하기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 WSJ는 나지르 라작 CIMB 회장이 “이 그룹을 부티크 은행에서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남동아시아 거대은행으로 키우겠다”며 사업확장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