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는 22일 재야 원로들까지 나서 "진보당이 헌신하고 희생해달라"며 사실상 후보 사퇴를 요구했으나 계속 버티고 있다. 서울 관악을 후보 단일화 경선에서 이 대표에게 진 김희철 후보는 총선 후보 등록이 시작된 이날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를 결정, 야권 연대는 사실상 무너졌다.
경기 안산단원갑에선 민주당이 후보 단일화 경선에서 3표 차로 진보당 후보에게 진 백혜련 후보를 계속 공천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여론조사가 인근 지역 사람까지 표본에 포함해 불공정하게 진행됐다며 두 당이 각각 후보를 내고 나중에 단일화를 시도하자고 주장했다. 진보당 후보가 승리한 수도권 다른 3곳에서도 탈락한 민주당 후보들이 불법 경선 의혹을 제기하면서 서로 비난을 퍼부어 야권 연대는 곳곳에서 크게 흔들리고 있다.
민주당과 진보당은 지난 10일 전국 16곳은 진보당이 단일 후보를 내고 76곳에서 두 당 후보가 경선으로 단일 후보를 뽑는 데 합의하면서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를 위해 단결하라는 국민의 여망과 요구를 받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두 당의 요즘 행태는 두 당의 연대가 '국민의 여망과 요구를 받들기 위해서'가 아님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두 당은 각자의 더 큰 권력을 차지하는 데만 눈이 멀어있는 것이다.
야권이 단일 후보를 내면 여야가 박빙 대결을 벌이는 수도권에서 크게 유리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그러자 두 당은 서로 자기 당 후보를 단일 후보로 만들려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진보당의 얼굴마저 여론조사 조작에 나선 것이 들통난 것이다. 그런데도 남의 허물은 시시콜콜 나무라던 이정희 대표가 정작 자기 허물에 대해선 "나만 그런 것이 아니다"고 버티면서, 야권 연대에 목을 매던 민주당 내부 여론도 크게 악화됐다.
두 당은 야권 연대의 금 간 부분을 다시 메꾸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초기의 탄력을 되살려내긴 어려워 보인다. 정치적 연대는 공동 목표를 위해 기꺼이 자기희생을 감수할 때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동안 두 당이 서로 보여준 건 피차 권력의 몫을 더 많이 차지하고자 물불을 안 가린 민얼굴이다. 두 당은 총선을 넘어 대선에서까지 연대하겠다고 말해왔다. 선거구 하나의 이익을 놓고도 조작과 부정행위로 정의(正義)를 걷어차면서 어떻게 나라의 정의를 세우겠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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