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

'오스본(영국 재무장관)의 도박'.

감세안을 발표한 영국 정부가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1일(현지시각) "대부분의 보수당원들이 이번 감세안이 가져올 결과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영국 재무부는 이날 의회에서 2012년도 예산안을 통해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율과 법인세율을 낮추는 방안을 발표했다. 내년 4월부터 15만 파운드 이상을 버는 고속등층에 부과되는 소득세율은 현행 50%에서 45%로 낮아진다. 또한 기업에 부과되는 법인세율은 현행 26%에서 올해 안에 24%, 2015년까지 22%로 인하된다. 이는 주요 20개국(G20) 회원국 중에서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다음으로 낮은 법인세율이다.

대규모 감세안이 나온 배경은 첫째가 해외 투자 유치와 일자리 창출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영국의 경제성장률을 우려하며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췄을 만큼 영국 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긴축이 진행되는 가운데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돈을 쓸 처지가 되는 대상이 부담해야 할 세금을 내려준 것이다.

총선이 예정된 2015년까지 시간이 다소 많이 남아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세금 문제, 특히 부유층에 대한 감세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데 부담이 줄어들었다는 의미에서다. 오스본 장관은 그동안 자신이 속한 집권 보수당과 프랑스 대형 그룹에게서 세금 인하 압박을 받아 왔다. 그는 "전 정부에서 도입된 소득세율은 엄청난 왜곡을 불러왔다"며 "오히려 균열만 가져왔다"고 말했다.

대신 줄어드는 세수는 주로 65세 이상 고령층이 많은 연금 수급자의 면세 혜택을 없애 충당하기로 했다. 또 200만 파운드가 넘는 고가 주택을 매입할 때 내는 인지세율도 현행 5%에서 7%로 인상하는 등 고소득층의 탈세 구멍을 막아 2017년까지 총 12억5000만 파운드를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연금 수급자에 대한 면세 폐지안은 야당의 공격 포인트가 됐다.

노동당은 곧장 반격에 나섰다. 연금 수급자에 과세하는 방침을 '할머니가 부담해야 하는 세금'(granny tax)으로 묘사하며, "수백만의 연금 수급자들에 대해선 과세를 하면서 15만 파운드를 넘게 버는 30만명의 영국인에 대해선 평균 1만 파운드를 감세해주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한 노동당 의원은 "왜 나쁜 뉴스(연금 수급자 면세 폐지)를 먼저 알려주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에드 밀리밴드 노동당 당수는 엘리트 출신인 지도부를 싸잡아 비난했다. 그는 "재무장관이 작년 크리스마스 때 쓴 카드값 때문에 세제개편안을 내놓은 것이 아니냐"며 비꼬기도 했다. 신문은 "가장 긴장했던 인물은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였겠지만 그는 오스본 장관의 정치적인 선택을 지지했다"고 설명했다.